글로벌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개인기업으로 바뀌기 무섭게 안팎으로 격랑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회사를 채 정비하기도 전에 머스크가 폭풍처럼 쏟아낸 다양한 발언과 계획이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면서 광고주들과 임원들이 대거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해서가 아니라 트위터 총수가 된 머스크 자신이 촉발한 리스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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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광고주들 ‘엑소더스’ 조짐
머스크가 광고주들과 가장 먼저 대화에 나선 것은 트위터 전체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트위터의 광고 매출은 전체 매출의 90%에 육박한다.
그러나 CNN에 따르면 머스크가 트위터 광고주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음에도 광고주들은 오히려 들썩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최대한 공정하게 여론이 소통될 수 있도록 트위터를 개혁하겠다는 그의 약속과는 다르게 그 자신이 극우인사가 최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자택에 침입해 테러를 저지른 사건과 관련해 가짜뉴스를 퍼뜨렸다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트위터의 새로운 총수가 되면서 그가 공언해온 바와는 반대로 오히려 트위터가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다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광고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것.
CNN은 “브랜드를 광고하는 기업들은 외설물은 물론 극단적인 내용의 포스팅이나 혐오주의나 가짜뉴스에 기반한 트위터 게시물 옆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에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라면서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 보장을 내세워 콘텐츠 관리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누차 밝히면서 불량 콘텐츠가 만연해진 결과 충성도 높은 사용자의 이탈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트위터에서 발을 빼는 광고주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광고시장 감시 시민단체 체크마이애드의 클레어 앳킨 공동창업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우려 때문에 트위터 광고주들이 대거 이탈하는 조짐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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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시민단체들 “트위터 광고 집행 중단” 트위터 광고주들에 촉구
실제로 CNBC에 따르면 미국 유수의 광고대행사인 인터퍼블릭그룹(IPG)은 고객으로 두고 있는 트위터 광고주들에게 당분간 트위터에 대한 광고 집행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IPG는 세계적인 비디오 게임업체 닌텐도, 세계적인 생활용품 전문업체 유니레버, 미국 최대 약국체인 CVS 같은 대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IPG는 머스크의 입성으로 트위터의 콘텐츠 관리 시스템이 향후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므로 당분간 관망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미국 최대 완성차 제조업체 GM도 “새로운 경영인에 인수된 트위터의 향후 방향성을 아직 알기 어렵다”며 트위터에 당분간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다 40여개 미국 시민단체들도 머스크가 선장이 된 머스크호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트위터 광고주들에게 트위터에 대한 광고를 중단할 것을 사실상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아마존, 애플, 구글, 메타플랫폼스를 비롯한 주요 트위터 광고주 20곳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머스크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공론의 장으로 트위터를 개혁하겠다고 주장해 왔지만 실제로 드러나는 것을 보면 그 반대”라면서 “트위터는 기업들이 브랜드를 광고하는 플랫폼으로서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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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로 나가는 트위터 임원 잇따라
문제는 트위터 광고주들만 들썩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
파라그 아그라와 CEO 등 머스크와 법정 공방을 이끌어 해고가 불 보듯 자명했던 임원들뿐만 아니라 그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고 제 발로 트위터를 떠나는 임원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며칠 동안에만 사라 페르소넷 최고고객책임자(CCO), 달라나 브랜드 최고다양성책임자(CDO), 닉 캘드웰 최고엔지니어링책임자(CEO) 등 주요 임원들이 일제히 트위터를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트위터 광고주를 관리하는 것이 업무였던 페르소넷 CCO는 이날 올린 트윗에서 사직의 변을 밝히면서 “브랜드 세이프티를 최대한 보장하는 데 나름의 역할을 그동안 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사직한다”고 주장했다.
브랜드 세이프티란 기업이 온라인상에서 집행하는 브랜드 광고가 적절하고 안전한 콘텐츠 맥락 안에서 집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머스크가 트위터의 총수가 되면서 이 같은 관리가 어려워졌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제 발로 떠나는 임원들이 속출하고 있는 배경과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콘텐츠 관리 시스템에 대한 직원들의 접속권한을 머스크 새 총수가 제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CNBC 역시 머스크가 유료 구독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를 확대 개편하겠다면서 당장 다음 달 7일까지 일자리를 걸고 개편안을 내놓을 것을 임직원들에게 지시하는 등 총수가 되자마자 초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가 촉박한 시간 안에 작업을 마칠 것을 지시하면서 주 7일 근무를 명 받은 직원들도 있고, 일부 직원들은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