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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 연임 성공할까…주가는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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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 연임 성공할까…주가는 '긍정적'

취임 초 대비 주가 2배 상승…글로벌 사업 청사진 제시
정치자금법 위반 약식기소 걸림돌…"항소는 시간끌기" 주장도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KT 파트너스데이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KT 파트너스데이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의 임기가 올해까지인 가운데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 내부에서는 구 대표의 연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외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19년 경우를 보면 11월에 대표이사 후보 선정이 진행돼야 하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이 때문에 KT 내부에서는 구 대표의 연임을 이미 결정지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대표이사로 최종 확정되는 만큼 과제는 남았다.
구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인 2020년 3월부터 KT 대표이사로 나섰다. 구 대표는 황창규 전 KT 회장의 비서실장을 거쳐 경영기획부문장과 커스텀&미디어부문장을 역임했다.

구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황 전 회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연루됐다는 점을 들어 일부 주주들의 반대가 있었다. 당시 구 대표는 "회사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KT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실감했고 KT 임직원 모두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에 최우선을 두겠다"고 말한 바 있다.
팬데믹 시기에 대표이사직을 맡은 구 대표는 기존 통신회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디지코(DIGICO)' 전환을 선언했다. 이후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콘텐츠 사업에 투자를 확대했다.

특히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엔터프라이즈 사업은 KT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필두로 콘텐츠 사업에서도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체질개선 영향으로 KT는 구 대표의 취임 후 주가가 2배 이상 뛰는 성과를 기록했다. 구 대표 취임 전까지 KT는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2017년 8월 3만5000원대에 있던 KT 주가는 구 대표 취임 직후인 2020년 3월 27일에 1만7250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8월 12일에는 3만9300원까지 주가가 올랐으며 11월 4일에도 3만6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5G 가입자의 증가와 함께 디지코로 전환이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KT는 올해 민영화 20주년을 맞아 디지코 서비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KT는 우즈베키스탄 IDC 사업 진출과 태국 3BB TV에 IPTV 플랫폼을 수출했고 글로벌 OTT와도 콘텐츠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또 KT 주도로 구성된 AI 원팀과 클라우드 원팀을 중심으로 디지털 생태계 구축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또 지주형 회사 전환을 통해 사업 전문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올해 클라우드·IDC 사업을 분사해 KT클라우드를 설립했다. 또 밀리의서재의 IPO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말께 케이뱅크도 IPO를 진행할 예정이다.

KT는 지주형 회사 전환을 통해 KT스튜디오지니가 이미 미디어·콘텐츠 부문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고 BC카드가 금융 부문 중간지주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내부적으로 지주형 회사 전환과 관련해 연구·검토 중에 있고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말 정도면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성과와 계획이 있지만 현재 구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한 도덕성 문제가 재선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구 대표를 비롯한 KT 전·현직 임원들은 상품권 대금을 지급하고 일정금액 현금을 받는 '상품권깡'으로 2014년부터 4년간 비자금을 조성해 이 중 4억3790만원을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약식기소돼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구 대표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며 올해 9월에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또 함께 기소된 KT도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고 2심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KT는 구 대표 취임 당시 임기 중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사임을 권고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이례적으로 경영계약서에 명시했다. 형종 상향 금지 원칙에 따라 약식명령 벌금형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 법원은 벌금형보다 높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구 대표가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을 가능성은 없다.

사법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어졌지만 도덕성 여부를 두고 주주총회에서 반대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앞서 KT는 올해 1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을 안전보건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네트워크 장애 발생 이후 재발방지를 위해 안전보건총괄 대표를 두고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을 앞두고 박종욱 사장은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KT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을 언급하며 박 사장의 이사 선임을 반대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구 대표와 마찬가지로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아 500만원 약식명령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구 대표는 이와 관련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현재 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기업가치 훼손을 우려한 국민연금의 주장이 구 대표의 재선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침체된 주가를 끌어올리고 미래 사업의 비전을 제시한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8일 열린 KT 이사회에서 구현모 대표는 연임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구 대표의 연임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구 대표의 연임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KT새노조는 "KT이사회가 결코 구현모 대표 연임의 들러리 노릇을 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면서 "이사회가 현재의 여러가지 우려에 대해 심사숙고해 연임불가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는 한다"고 밝혔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