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모든 세탁소를 인간에, 환경에, 지구에 이로운 친환경 세탁소로 만드는 게 가장 큰 미션이자 목표다."
이에 맞게 세탁도 바뀌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서경노 대표다. 1980년대 중반을 넘어오면서 생기기 시작한 이른바 '동네세탁소'는 큰 발전 없이 머물러 있고, 일부 모바일세탁업체들이 출연으로 간편성은 증대됐으나 세탁수준 자체는 2000년대 초반에 머물러 있어 세탁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유럽에서 시작된 친환경 세탁, 'K-웻클리닝'으로 재탄생시키다
한국세탁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2000개가 넘는 세탁소가 문을 닫았다. 그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 분석했다. 따라서 서 대표는 세탁도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탁산업의 미래는 '웻클리닝'에 있다고 자신했다.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드라이클리닝과 달리 물, 친환경 전용세제만 사용해 건강에도 환경에도 긍정적인 세탁 공법이기 때문이다. 드라이클리닝 후 옷감을 건조할 때 발생하는 유증기는 세탁업 종사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유익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 대표는 "드라이클리닝은 이염이 없어 여러 사람의 옷을 한번에 세탁하는 데 모르는 사람이 많다"면서도 "웻클리닝은 개별 세탁이 원칙이기 때문에 위생적인 의류관리가 가능하고 물을 베이스로 해 유증기 발생도 없다"고 설명했다.
웻클리닝 개념은 건강, 위생, 환경에 대해 관심이 높은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먼저 적용됐다. 국내에도 서 대표에 앞서 웻클리닝을 도입한 곳이 있었으나 자리 잡지 못한 채 사라졌다. 서 대표는 웻클리닝은 정착시키려면 국내 사정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바로 세탁 기술을 기본으로 하되 향균·살균 시스템에 IT 솔루션까지 접목, K-웻클리닝 프로세스를 구축한 것이다.
그는 "국내에서 웻클리닝이 자리 잡지 못한 원인을 고민한 끝에 우리만의 방법으로 진화시켰다"며 여기에 소비자들 눈높이에 맞춘 인테리어로 일반 세탁소와 차별화를 둔 결과물이 어반런드렛과 스웨덴세탁소"라고 말했다.
◆"웻클리닝이 뭔가요"…선구자의 무거운 어깨
서 대표는 세탁산업에 발을 내딘 후 경험한 모든 역량과 노하우를 어반런드렛과 스웨덴세탁소에 쏟아부었다. 그렇게 코리아런드리표 K-웻클리닝 패키지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숙제도 많다. 최우선 과제는 소비자 관심과 인식 변화다.
서 대표는 "3년 전부터 박람회에서 웻클리닝을 소개하는데 앞서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어반런드렛 더 테라스란 카페를 만들었다"며 "이 공간 2층을 웻클리닝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오픈형 팩토리로 꾸미자 회원수가 1년만에 600명을 넘었으나 수십년간 드라이클리닝을 이용하던 사고방식을 바꾸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과제는 국내 세탁산업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 세탁소 사업자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이들은 장비 투자와 신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부담에 웻클리닝 전환을 주저하는 실정이다.
서 대표는 "사업자들이 변화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 세탁산업을 하향화로 이끄는 원인"이라며 "젊은 층 시선에서 느낄 기름 냄새와 어수선한 이미지가 국내 세탁업의 가업승계 및 창업을 막는 것이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세탁은 우리 삶 정중앙에 자리해 떼어 낼래야 떼기 힘들다는 게 서 대표 생각이다. 이 때문에 세탁업에 새로운 가치를 담아 3D 업종이 아닌 3C 업종으로 만들겠단 목표로 사업에 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그는 "기존 세탁소들은 비용 부담으로 투자를 꺼려한다"며 "세탁과정의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을뿐더러 에너지 절감이 커 환경에 이로운 웻클리닝 세탁소를 정부가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친환경 세탁 향한 10년 외길, K-웻클리닝 수출로 잇는다
세탁업에 뛰어든지 10년. 정부 지원도, 업계 지지도 크지 않지만 서 대표는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징표들에 힘을 얻고 있다. 바로 점주들의 신뢰다. 현재 코리아런드리의 10개 이상 다점포율은 30%를 넘는 반면 전국 폐업률은 0.5%뿐이다.
서 대표는 "10년 전 세탁 문화를 바꾸려 할 때도, 웻클리닝에 도전할 때도 신뢰 하나로 동참하는 점주들이 늘 때마다 큰 지지가 됐다"며 "지금까지 이룬 가장 큰 성과다. 지속가능한 사업을 해냈고 '내가 가는 길이 맞구나'를 상징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소회했다.
이를 동력삼아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세탁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발걸음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제 막 발을 뗀 친환경 세탁 브랜드 '어반런드렛', '스웨덴세탁소' 등을 국내에 정착시키고 대형화된 런드리 멀티플렉스를 전국 곳곳에 운영해 귀찮고 힘든 빨래를 즐겁게 해결하도록 기존 세탁소 이미지를 전면 바꾸겠단 각오다.
서 대표는 "기존 세탁이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 있는 코리아런드리만의 철학이 담긴 감성적 공간과 깨끗한 점포를 계속 만들 예정"이라며 "경쟁브랜드가 60여개가 되고 웻클리닝 리딩기업으로서 압박도 있지만 이 시대 소비자가 원하는 세탁에 대한 고민으로 나만의 길을 가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10년 뒤 코리아런드리는 어떤 모습일까. 서 대표는 지난 10년을 발판 삼아 10년 뒤에는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K-웻클리닝 선도기업으로 우뚝 서고 싶다는 바람이다.
그는 "K-컬처 입혀 K-웻클리닝을 수출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25년간 무역일을 해왔다. DNA 자체가 무역에 기반하기 때문에 늘 해외 진출을 꿈꿨다. 지금은 중국과 동남아 지역으로 진출해 있는 상황이지만 향후에는 미국 뉴욕에 깃발을 꽂고 저희만의 세탁솔루션을 제시하고 싶다. 저희가 만든 웻클리닝 상품 패키지는 어디에도 없다고 자신하기 때문에 해외에서의 코리아런드리도 기대가 된다. 10년 뒤에는 본사도 한국에 없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