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발 위기에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펀드 모두 타격…시장 전반에 불신 퍼져

FTX 사태의 직접적인 뇌관이 된 문제는 FTX가 고객의 예치금 중 절반가량을 자매 기업인 알라메다에 대출한 것이었다.
고객의 돈을 빼내 위험한 투자를 지원한 것이 유동성 위기의 직접적인 방아쇠 역할을 했다.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FTX는 고객의 투자예치금 160억 달러(약 21조8400억원)의 절반가량을 고위험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알라메다에 지원했다. 기존 금융기관에서는 고객의 돈을 회사의 자금처럼 쓰는 것을 금지하지만, 암호화폐거래소에서는 규제가 미비한 탓에 이러한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가상자산에 대한 신중한 규제가 실질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앞으로 미국에서 양당이 암호화폐 규제를 서두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FTX에 투자한 투자·대출 기관들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FTX 위기로 글로벌 금융권 전체에 연쇄 타격을 주는 '코인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일어났다는 말도 나온다.
FTX는 하루 거래액이 평균 94억 달러(약 1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거래소로 실제로 FTX에는 소프트뱅크, 세쿼이아캐피털 등 대형 투자사들이 자금을 투자해왔다. FTX가 실제로 파산하면 이들 투자자들과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FTX발 유동성 위기는 이미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FTX로부터 투자를 받았던 로빈후드의 주가는 이날 13.76% 폭락했다.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 노출이 큰 캐시 우드의 아크인베스트의 상장지수펀드(ETF)도 9일 6.54% 하락했다. FTX의 몰락으로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관련 펀드들이 모두 피해를 입었다.
FTX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최소 69곳에서 총 14억2100만 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FTX의 몰락으로 이들의 타격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소프트뱅크, 미 타이거글로벌,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 등이 입을 손실을 합치면 손실이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9일 1.7%가량 빠진 데 이어 10일에도 2% 넘게 하락했다.
이번 사태로 코인과 관련된 시장 전반에 불신이 퍼지는 모양세다. 이번 주 갑작스러운 FTX의 몰락은 주요 가상화폐 가격도 줄줄이 폭락시켰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때 전날보다 15% 하락한 개당 1만6500달러(약 2215만2900원)으로 떨어지며 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FTX가 발행하는 FTT 시세는 전날 80% 폭락에 이어 이날도 50% 넘게 추락했다.
FTX가 이번 유동성 위기를 넘기려면 40억 달러(약 5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당장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FTX가 신뢰를 잃으면서 업계에선 FTX가 결국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파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FTX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샘 뱅크먼 프라이드(Sam Bankman-Fried)는 10일 트위터에 "FTX의 몰락에 죄송하다. 더 잘했어야 했다"며 사과 글을 게시했다.
금융권에선 내외부 복합변수가 작용해 발생한 이번 사태가 지난 5월 천문학적인 피해를 발생시킨 테라·루나 때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