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 램(Lam) 리서치, KLA 3개 사와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의 ASML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대중국 수출 규제 협정이 자국 기업들의 불이익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FT가 전했다. 또 3국 간 협정 체결 협상이 최종적으로 타결될지 아직은 불확실하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에스테베스 차관과 타룬 차브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기술안보 선임보좌관은 이달 중 네덜란드를 방문해 협정 체결 문제를 협의한다.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 3개국이 이 같은 협정을 체결하면 중국 반도체 산업이 다시 한번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0월7일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로직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처를 발표했다. 미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의 중국에 있는 공장에 대해서는 이번 수출통제를 1년간 유예했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인공지능(AI) 및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게 그 골자이다. 특정 첨단 컴퓨팅 반도체와 슈퍼컴퓨터용 반도체 칩 등에 대한 제한적 수출통제와 특정한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새 수출통제 방침도 공개됐다. 중국 기업이 중국 내 생산시설을 소유하면 소위 '거부 추정 원칙(presumption of denial)'이 적용돼 수출이 사실상 전면 금지된다. 또 중국 내 생산시설을 외국 기업(multinationals)이 소유하면 개별 심사로 결정한다.
미국은 회선폭이 미세한 고성능 반도체 관련 부품을 대상으로 수출 규제를 도입하도록 동맹국에 촉구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에 반도체 제조 장비 판매나 생산·개발 기술자의 취업 등을 포함해 폭넓게 미국과 보조를 맞추도록 요구한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반도체 동맹인 '칩4 동맹’(한국·미국·일본·대만) 가입을 종용하고 있고, 한국 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칩4’ 협의체를 만들어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대만과 일본은 가입 의사를 표명했고, 한국은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미루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