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이번에는 “지난 대선과 관련한 모든 법규정은 물론 미국 헌법의 관련 규정도 중단시켜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으면서 미국 정치권에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온갖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해 1월 극우세력이 일으킨 사상 초유의 미 의회 의사당 폭력 난입 사건의 배후로 꼽히면서 트위터에서 영구 퇴출된 바 있는 그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복권시킨 데 이어 머스크 새 트위터 총수가 트위터가 2020년 대선에 개입한 의혹을 담은 문건을 사실상 폭로하고 나선 것이 트럼프의 메가톤급 주장을 촉발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트럼프 “2020년 대선 부정 사실로 드러났으니 잘못 적용된 헌법 규정 중단해야”
3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퇴출을 계기로 만들어진 신생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날 올린 글에서 “2020년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적법한 승자를 다시 선언하든가 선거를 새로 하든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이 정도로 대규모의 부정선거가 있었다면 선거와 관련한 모든 규정은 물론 미국 헌법에 나와 있는 선거 규정도 중단시키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 같은 부정선거를 결코 바라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는 이 같은 주장을 내놓은 근거로 “미국의 IT 대기업이 민주당과 긴밀히 협작해 부정선거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시종일관 주장해온 대로 2020년 대선을 자신이 이겼음에도 선거 결과를 조작하는 부정선거거 저질러져 대통령직을 민주당 바이든 후보에게 탈취당한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바이든이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을 인정한 근거가 된 미국 헌법의 선거 관련 규정을 비롯해 모든 선거 관련 법규정을 중단시키고 자신을 적법한 대통령으로 선포하거나 선거를 당장 다시 치러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이다.
◇백악관 “선거 이길 때만 나라 사랑하느냐” 트럼프 비난
트럼프의 이 같은 폭탄 발언에 백악관은 즉각 트럼프를 규탄하는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헌법 중단까지 거론한 것은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는 것.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헌법을 중단시켜서라도 2020년 대선 결과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나온 뒤 낸 성명에서 “당리당략이 아닌 국론 통합을 위한 헌법까지 공격하는 행위는 미국의 건국 정신을 거부하는 것이자 모든 사람으로부터 비난받아야 마땅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국가는 자신이 선거에서 이기면 사랑의 대상이고 자신이 지면 미움의 대상이 되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치인들도 거센 반응을 보였다. 돈 베이어 연방 하원의원은 이날 낸 성명에서 “트럼프의 주장은 한마디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이라면서 “혐오와 정치적 폭력을 조장하는 위험천만한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의 칼 킨타니야 앵커도 이날 올린 트윗에서 “반대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바이든 현 대통령이 이런 주장을 내놨다면 트럼프와 같은 공화당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면서 “모든 공화당 지지자는 트럼프의 이번 주장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
머스크가 예고한 비공개 트위터 파일 공개돼…“트위터, 2020년 선거 개입”
트럼프의 이 같은 메가톤급 발언은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가 최근 예고한 내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달 29일 올린 글에서 “미국 국민은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탄압받아 왔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면서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돼 왔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담은 트위터 비공개 파일을 금명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의 이 같은 예고가 있은 뒤 실제로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알려진 매트 타이비라는 언론인을 통해 3일 공개됐다.
그는 시리즈로 올린 장문의 트윗에서 트위터 비공개 파일로 추정되는 이 문건을 공개하면서 트위터가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한 사건을 보도한 보수성향의 뉴욕포스트의 트위터 계정을 일시 차단하는 방식으로 부당한 조치를 취해 2020년 선거에 사실상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비공개 트위터 파일에 따르면 미국 대선을 한 달 정도 앞둔 지난 2020년 10월 트위터 내부에서 뉴욕포스트의 보도를 놓고 심각한 분열이 있었고 결국 뉴욕포스트의 트위터 계정을 잠정 중단시키는 부당한 결정을 내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당시 뉴욕포스트는 바이든 후보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와 중국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패에 연루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당시 트럼프 진영은 헌터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바이든 후보 자체에 대한 조사까지 거론하는 등 이 문제를 쟁점화했으나 대선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타이비는 입수 경로를 밝히지 않았으나 미국 언론은 타이비가 공개한 이 문건의 출처가 머스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