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종편)채널 JTBC의 주말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최근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 수도권시청률 20%를 돌파, 2년전 '부부의 세계'의 명맥을 잇는 또 다른 히트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듣는 말이 있다. "이거 원작이 웹소설이었어?"
웹소설이 인기를 끌면 으레 웹툰이나 소설 단행본이 먼저 나온다. 영상·게임으로 이식되는 것은 보통 그 다음이다. 그러나 '재벌집 막내아들'은 달랐다. 소설 기반 웹툰이 네이버웹툰서 드라마가 시작되기 불과 2달 전에야 연재되기 시작했다. 단행본은 드라마 출시에 발맞춰 지난달 18일 동시에 공개됐다.
AGF에선 노벨피아 외에도 '여포 키우기', '기적의 분식집', '던전로드' 등 웹소설 기반 게임을 전문 개발해온 테일즈샵이 부스를 열었다. AGF보다 2주 앞선 지난달 20일 마무리된 '지스타'에선 넷마블이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 IP를 활용한 MMORPG를 시연하는 자리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웹소설은 오랜 기간 콘텐츠 업계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2000년대 전후로 이미 비즈니스화의 역사가 시작된 웹툰과 달리 웹소설의 비즈니스화는 2008년으로 상당히 늦다. 그나마도 당시에는 무료 콘텐츠가 유료화되며 겪는 이용자 반발 등 진통을 온 몸으로 겪었고 일각에선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하지 못한 채 웹소설 시장이 쪼그라드는 결과만 낳을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들이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며 상황이 달라졌다. 당대 최고의 인기소설 '달빛조각사'는 카카오페이지에서 단신으로 월 1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에는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영화 '그래서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 등 웹소설 원작 영상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카카오게임즈에서 앞서 언급한 '달빛조각사' 기반 모바일 게임을 출시,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최고 2위에 오르는 등 흥행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200억원 이하에 불과했던 웹소설 시장의 규모는 7년만에 그 30배인 6000억원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네이버, 카카오, 노벨피아 외에도 조아라나 리디북스·미스터블루 등의 웹소설 플랫폼이 1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호 노벨피아 게임사업본부장은 "웹소설은 콘텐츠 미디어믹스 사업에 있어 원천 IP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는 작가 지망생과 부업 작가를 포함 국내에서 웹소설을 쓰고 있는 인원이 올해 2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웹소설 시장이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감에 있어서 중요한 숙제는 장르적 획일화를 막는 것이다. 웹소설 독자들 사이에선 흔히 회귀·빙의·환생을 합친 '회빙환'이란 말이 공식으로 통한다. 대부분의 웹소설이 과거로 돌아가거나 자신이 아는 다른 인물에 이입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뜻이다.
'회빙환'이 웹소설의 클리셰(틀에 박힌 표현)가 된 이유에 대해 전대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소설 부문 이사는 "이용자들의 대리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개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일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는 주인공을 활용하면 시원하고 통쾌한 전개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를 의미하는 '사이다'를 보다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웹소설 시장의 저변 확대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 역시 중요한 과제다. 일례로 서브컬처 종주국 일본은 오래 전부터 '라이트노벨'이란 이름으로 아마추어 작가층의 저변을 쌓아왔다.
후발주자인 중국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시장 통계 분석사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웹소설 시장은 지난해 기준 4억6000만명의 독자, 100만명 이상의 작가들이 활동 중이며 시장 규모는 283억위안(약 5조원) 수준이다. 이미 중국은 게임이라는 또 다른 콘텐츠 시장에서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강국으로 성장한 전례가 있다.
한 아마추어 웹소설 작가는 "일반 대중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정부나 학계, 기업 단위로 '웹소설 아카데미'를 통해 작가를 육성하려는 노력은 꽤 오래전에 시작됐다"면서도 "웹소설의 근간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라는 플랫폼의 개방성에 있는 만큼 목적을 갖고 토양을 기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웹소설 원작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작가들과 독자들 본인"이라며 "사회와 기업의 노력은 어떻게 작가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할 것이냐 이들이 만들어낸 IP를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