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백화점은 2030세대가 열광하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백화점 빅3는 내년에도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강화할 계획이다.
더 현대 서울을 K-패션 맛집으로 키워낸 현대백화점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MZ세대를 겨냥한 전문관을 확대할 계획이다. 더현대 서울에서 시작한 MZ세대 전문관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다. 올 1월 판교점 4층 유플렉스관과 대구점 지하 1·2층 공간에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 콘셉트를 적용해 리뉴얼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더현대 서울의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는 디스이즈네버댓 등의 브랜드를 첫 입점시키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선민 롯데백화점 MD2본부장은 “향후에도 한남동, 성수동에서 이슈가 되는 브랜드를 선도적으로 입점해 MZ세대들이 찾아오고 싶어하는 백화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소비권력 MZ 공략 효과 톡톡…신진 브랜드 모시는 이유
업계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발굴에 힘을 쏟는 이유는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에서 나타나는 효과 때문이다. 실제로 백화점에서 2030이 차지하는 매출 매년 커지고 있다. 일례로,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올 상반기 기준 2030 매출 비중은 전체의 48%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비중인 41%보다 높은 수치다.
때문에 MZ세대 공략을 위한 콘텐츠 고민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희소성을 중시하는 2030에게 백화점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콘텐츠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이게 됐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백화점이라는 틀을 깬 새로운 시도에 MZ세대들은 크게 화답했다. 올 8월 오픈한 신세계 강남점의 뉴 컨템포러리 전문관은 100일 만에 영캐주얼 매장 대비 30%라는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액의 65%는 2030세대가 차지했고 이용 고객 10명 중 8명은 신규고객이었다.
MZ세대 놀이터로 여겨지는 더현대 서울은 신진 브랜드를 앞세운 MZ 전문관과 팝업으로 에·루·샤 없이도 지난해 매출 800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의 절반은 2030에게 나온 것으로 신진 패션 브랜드의 파급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의 변화는 오랜기간 고착화된 백화점의 이미지 환기 효과도 가져다준다. 또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등의 패션품목은 명품보다 마진율이 높아 수익성면에서도 효자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정형화된 매장 인테리어 밖에 볼 수 없었다면 신진 브랜드의 경우는 각사가 가진 아이덴티티를 녹이는 방식으로 다채롭고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적용한다”라며 “이는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슈가 될 만한 브랜드가 론칭하는 경우 패션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마니아층에게까지 뜨거운 반응이 나온다”라며 “팬덤과 비슷해 이렇게 확보한 고객의 경우 현재까지는 거의 이탈이 없다”라고 했다. 덧붙여 “패션 브랜드는 명품보다 마진율이 높은 점도 장점”이라고 부연했다.
팔방미인인 신진 브랜드를 모시기 위한 업계의 전략적 움직임도 포착된다. 현대백화점은 입점 기준을 낮춰 제품력과 차별성을 위주로 검증하고 수수료도 일부 내려 부담을 최소화했다. 또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상황에 맞는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뉴스테이지라는 임시 매장을 통해 신진 브랜드 발굴과 육성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국내 신진 브랜드 육성은 현대백화점의 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라며 “현대백화점 주요 점포에서 영고객이 즐겁게 쇼핑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신진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등 K패션 브랜드 재도약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