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약 40년 만의 최고 수준이었던 9.1%를 기록한 이후 5개월 연속 둔화하긴 했으나 최근 두 달 연속 7%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1월 기준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기 대비 7.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4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오히려 몸값이 오른 직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연봉 비교 사이트 페이스케일이 ‘인플레 시대에도 잘나가는 직업’을 최근 조사한 결과다.
◇ 인플레 면역 직업, 지난해 대비 17% 이상 올라…‘서빙 일자리' 30% 상승
페이스케일이 조사를 통해 파악한 ‘인플레 면역’ 직업은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직종을 포함해 총 10가지.
이 직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올해 평균 임금은 지난해보다 17%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일자리에서는 실질 임금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이들의 지갑은 오히려 두꺼워진 셈이다.
페이스케일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가운데서도 처우가 가장 많이 좋아진 일자리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식당에서 손님을 상대하는 웨이터를 포함해 외식업계와 숙박업계에 집중돼 있는 ‘서빙’과 관련된 직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빙 일을 하는 사람의 중위 연봉은 1만9000달러(약 26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봉 수준 자체는 높지 않지만 이들이 가장 잘나가는 직업으로 꼽힌 이유는 이들이 버는 돈이 지난해보다 30%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처우가 가장 크게 개선된 배경으로 페이스케일은 “접객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으면서 직원을 가장 많이 줄여야 했는데,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뒤 영업이 정상화돼 다시 고용을 하려 해도 사람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 마디로 이 업종에서는 여전히 사람을 구하는 일이 어려워 수요 대비 공급이 모자란 결과 임금이 계속 큰 폭으로 올랐다는 얘기다.
페이스케일은 “우리가 밝힌 처우는 기본급이고 서빙 관련 일은 다른 직업과 다르게 팁을 받는 일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수입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인플레 영향으로 손님들이 팁으로 주는 돈이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아울러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2위 자산관리사…중위 연봉 1억2000만, 상승률 25%
지난해 대비 둘째로 처우가 좋아진 일자리는 화이트칼라 직업에 속하는 ‘프라이빗 뱅커’인 것으로 조사됐다. 프라이빗 뱅커란 부유층에 자산운용을 자문해주는 자산관리사를 말한다.
자산관리사의 중위 연봉은 9만3000달러(약 1억2000만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25%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케일은 “지갑이 가벼워진 서민들과는 경우가 다르게 자산가들은 인플레 시대의 도래, 최근 급변하는 증시 동향, 가상자산 시장의 흐름 등 자신의 자산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페이스케일은 “일반적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최근 들어 정리해고 위험에 직면한 것과 비교하면 이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중위 연봉 10만8000달러(약 1억4000만원)의 광고기획자(임금 상승률 23%) △경찰관과 소방관 등 중위 연봉 4만4500달러(약 5800만원)의 응급‧재난 관련 종사자(임금 상승률 19%) △중위 연봉 5만6800달러(약 7400만원)의 영업 컨설턴트(임금 상승률 18%) 등도 지난해보다 처우가 크게 개선된 직업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