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은 고인이 세상을 뜨기 3일 전인 지난 28일 "베네딕토 전 교황이 병환으로 인해 위중하다"고 발표했다. 자세한 병명은 밝혀지지 않았다.
1962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참여한 이래 성무성성의 폐지 등을 주장했던 그는 당시 성무성성 장관이자 전통주의자로 이름 높던 오타비아니 추기경에게 삿대질을 해 '개혁적 신학가'로 이름을 드높였다.
고인은 1977년, 262대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추기경으로 임명된 데 이어 1981년부터 25년간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재임했다. 이후 2005년 4월 2일, 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한 후 후임 교황으로 취임했다.
교황으로서 베네딕토 16세는 이른바 '진리의 수호자'로서 비타협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재임 말년인 2011년부터 2년간 아동 성추행 혐의를 받은 사제 총 400명을 처벌, 자발적으로 환속하게끔 하거나 사제 서품을 박탈했다.
그러나 과거 독일 뮌헨 교구장 시절, 휘하 성직자들의 관행적인 아동 성추행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독일 법률사무소에서 올 초 발표한 바에 따르면 뮌헨 교구의 성직자들은 1945년부터 2019년까지 최소 497명의 아이들에게 성추행을 가해왔다.
베네딕토 16세는 2013년 2월 28일, 건강 문제로 자진 사임를 선언해 세간에 큰 충격을 줬다. 가톨릭 역사상 교황이 선종하기 전 사임한 사례는 235년 로마 제국의 가톨릭 박해로 유배를 떠난 폰시아노 교황, 1415년 아비뇽 유수 문제로 퇴임을 선언한 그레고리오 12세 등 2번 뿐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퇴임 이후 고인은 주로 바티칸 인근 카스텔 간돌포 소재 별장에 머물러왔다. 교황청은 그가 '명예교황'의 직위에 있다고 인정했으나, 생전 고인은 이를 부담스러워해 '베네딕토 신부(Father Benedict)'로 불리길 원한다고 지속적으로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