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9일, 트위치에서 미소녀 아바타를 내세운 신인 버튜버(V-Tuber) '뉴로사마(Neuro-sama)'가 활동을 개시했다. 버튜버는 버추얼 유튜버의 준말로, 실제 연기자가 자신의 움직임을 따라하는 가상 아바타를 내세워 방송을 하는 유형을 일컫는다. 그러나 그녀는 실제 연기자 없이 AI가 방송을 진행하는 일종의 '버추얼 휴먼', 즉 가상인간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알고리즘을 유명 기업이 아닌 'Vedal987'이라는 개인 해커 겸 프로그래머가 개발했다는 점이다. 또 뉴로사마의 트위치는 별다른 마케팅도 없이 데뷔 1달도 지나지 않아 9만명의 팔로워가 모이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미디어 업계에서 뉴로사마의 성공 사례는 소위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로 대표되는 차세대 콘텐츠 산업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국내 여러 기업들이 추진하는 '가상인간' 사업에 있어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선 현재 네이버 산하 로커스의 '로지'를 필두로 SK·LG·롯데·카카오 등은 물론, 넷마블·크래프톤·스마일게이트 등 게임사와 아프리카TV 등 미디어 플랫폼 업체까지 다양한 이들이 보다 작은 컴퓨터 그래픽(CG) 전문기업, AI 기술사와 함께 가상인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가상인간에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AI와 TTS 기술 기반 음성을 더해 '실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가상인간'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으나 아직까진 영상 광고나 춤, 노래 등 만들어진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 머무르고 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뉴로사마에 대해 "국내 방송에서도 'AI 아나운서'가 몇 차례 시연됐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했던 시도"라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확실해진다면 비슷한 시도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AI 스트리머의 다소 어설픈 말이라 해도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만큼 뉴로사마의 성공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더욱 많아진다면 머지않아 AI가 '뉴 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고 평했다.
이처럼 AI 기반 콘텐츠들의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여러 논란이나 장애물에 부딪히고 있다는 점은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는 뉴로사마가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이 실제로 있었냐"는 등 논란이 되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영상의 편집본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발언들은 일부 시청자들의 '유도심문'으로 인해 발생한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뉴로사마의 이러한 AI 기술의 한계는 3년전 국내에 출시된 AI 챗봇 '이루다'의 논란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당시에도 이루다가 "독도가 누구 땅이냐?"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하거나 살인 등 범죄 행위에 '흥미로운데'라고 대답하는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채팅들을 캡처한 이미지들이 일종의 '짤방'으로 널리 퍼졌다.
앞서 거론된 '노블AI 이미지 제작기' 역시 국수를 젓가락으로 먹는 이미지를 거의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해당 제작기가 딥러닝한 빅데이터 안에 '국수를 젓가락으로 먹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 없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자 'AI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I업계 관계자는 "AI 콘텐츠 시장은 현재 과도기로, 상당수 문제들은 기술 발전과 가상인간 등의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며 "다만 이에 발맞춰 시장의 기대치도 빠르게 올라가는 만큼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기술 개발을 이어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