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은 최근 챗GPT가 경영학 석사학위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시험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티안 터비시 와튼 스쿨 교수는 "가끔 초등학생 수준의 실수를 범했지만 프로세스를 분석하는 데 있어 전문성과 정확성, 설명까지 훌륭하게 해냈다"며 "학점으로 따지자면 B 정도"라고 평했다.
챗GPT는 테슬라·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창립자가 프로그래머 출신 샘 알트만 대표와 지난 2015년 공동 설립한 기업 오픈AI가 선보인 자연어 처리 기술 기반 AI 서비스다. 지난해 11월 30일 제한적인 서비스를 개시, 5일 만에 100만 명의 이용자가 몰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학계에선 챗GPT의 이러한 문제해결 능력이 학생들의 학습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이 많다. 대표적으로 미국 뉴욕주 공립학교들은 지난달 5일, 교내 네트워크에서 챗GPT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
오픈AI 창립 멤버들 역시 챗GPT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일론 머스크는 SNS를 통해 "챗GPT는 무서울 정도로 강력한 AI"라고 평했다. 샘 알트만 대표 역시 "챗GPT 등 AI 오남용으로 발생할 부작용은 AI에 의한 인류 정복 같은 것으로, 이는 괴담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두고 '신제품·서비스의 등장 초기와 같은 혼란으로 끝날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챗GPT는 유용한 AI 도구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며 "산업용 필수품인 공학용 계산기가 수학·자연과학을 넘어 인문·사회과학 내 다양한 분야에 보급되는 셈"이라고 평했다.
그는 "딥블루·알파고 등 AI가 세계적인 체스·바둑 기사들을 꺾었을 때, 모두들 이들 고전 보드게임 프로 리그가 몰락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나"며 "AI가 체스를 정복한 지 25년이 흘렀지만 현재 프로 체스 씬은 AI와 공존하며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한 이선 몰릭 와튼 스쿨 교수는 "모두들 AI가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부른다며 불안해하지만 우리가 AI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부정해선 안 된다"며 "교육자들의 의무에는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챗GPT는 아직 비상업적으로 서비스되고 있으나 곧 비즈니스 모델로 적용될 전망이다. 알트만 대표는 "챗GPT의 대답 1회당 10센트 이하의 유지비가 소모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월정액 구독제 기반 상용 서비스, 보다 전문적인 B2B(기업 간 비즈니스) 솔루션 형태의 보급 등을 계획하고 있다.
세계인들이 활용하는 운영체제 윈도, 사무용 앱 오피스 등을 보급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일찍부터 오픈AI에 투자해왔다. 최근 MS는 오픈AI에 "다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MS가 준비하는 투자 규모는 100억 달러(약 12조원) 수준이다.
챗GPT의 직접적 경쟁자로 거론되는 구글은 앞서 언급한 '알파고' 개발사 딥마인드를 내세워 새로운 대화형 챗봇 '스패로우'를 올봄 선보일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뿐 아니라 중국의 빅테크 바이두 역시 오는 3월 대화형 챗봇 앱을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업체들 역시 AI 시장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포털사 네이버는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35건 많은 107건의 AI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카카오 역시 2019년 12월 AI랩을 분사한 이래 총 60건의 논문을 발표해왔다.
미국 IT 컨설턴트 기업 가트너는 '2023년 10대 키워드'에 '적응형 AI', 'AI 신뢰성'를 포함하는 등 AI를 강조한 바 있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이미 오랫동안 미래 기술로 주목받은 AI가 효용성까지 입증한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와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