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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전문가들 "AI발 고용 충격, 공장 자동화는 약과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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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전문가들 "AI발 고용 충격, 공장 자동화는 약과일 것”

‘화이트칼라’ 노동자들 가장 큰 영향 받을 전망…일자리 있는 사람과 일자리 없는 사람으로 양극화 가능성도



인공지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 사진=로이터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몰고 온 파장은 어마어마하다. 구글 알파고가 던진 충격파를 훨씬 능가할 정도로 수준이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AI의 혁명적인 진화가 전 세계 고용 시장에 미칠 파장 때문이다. AI의 수준이 사람의 일자리를 크게 잠식할 정도로 진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기 시작해서다.
아직 지켜볼 일이지만 인간이 수행해온 일 가운데 AI로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일이 생겨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으로 보이지만, 사람의 일자리를 대거 빼앗아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후자의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은 컴퓨터가 등장한 뒤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전에 없던 직업이 생겨난 것처럼 AI의 진화 역시 기존 일자리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는 동시에 새로운 직업을 다수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AI의 획기적인 진화가 인간의 고용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전문가들마다 의견은 조금씩 달랐으나 종래의 ‘공장 자동화 혁명’을 크게 뛰어넘는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었다.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 열릴 가능성


가디언이 취재한 결과 AI가 사람이 하던 일을 전면적으로 대체하기보다는 AI의 도움을 받아 일하는 시대, 즉 ‘사람과 AI가 협업하는’ 시대가 새롭게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의 두뇌 역할을 하는 연구조직인 매킨지글로벌연구소에서 미래 일자리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아누 마드가브카 고용 시장 조사팀장은 “어떤 식으로든 인간이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고 밝혔다.

마드가브카 팀장은 “기존의 자동화 혁명은 생산 현장에서 주로 이뤄졌기 때문에 생산직 노동자들과 주로 관련된 일이었다”면서 “그러나 현재 목도하고 있는 AI의 진화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고객을 대응하는 부서 및 판매와 관련된 부서 등을 중심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종전의 자동화 혁명이 블루칼라 직종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쳤다면, AI발 고용혁명은 화이트칼라 직종을 중심으로 더 폭넓게 고용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일자리가 없어지기보다는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일자리의 지형이 큰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마드가브카 팀장은 “실제로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0~60%가 AI 기술을 업무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노동의 상품화’ 가능성 우려도


AI가 화이트칼라나 전문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일자리 개편을 촉발해 이 직종에 속한 직장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노동 집약적인 분야의 일자리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데이비드 오터 경제학과 교수는 “챗GPT로 상징되는 AI의 혁명적 진화가 고용 시장에 몰고 올 파장은 아직 예상하기에는 이르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일자리보다 일하려는 사람이 모자라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AI 때문에 사람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일까지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화이트칼라 전문직 종사자들의 업무에 AI 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하면 이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면서 이들이 음식점 같은 노동 집약적이면서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받는 일자리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전업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AI 기술이 이들의 업무 현장에 접목되면 사람의 전유물이었던 업무 능력이나 전문성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사람의 노동이 상품화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리해고 대신 근무시간 감축


사람이 하는 업무 중 AI로 대체되거나 보완되는 것이 늘어나면 사용자의 정리해고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우려다.

그러나 미국 보스턴 칼리지의 줄리엣 쇼 경제학과 교수는 무턱대고 정리해고에 나서는 것보다 기존 인력의 근무시간을 적절히 줄이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더 이득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그는 “AI 기술이 접목된 일자리가 개편될 가능성이 큰 경우 사람을 자르는 것보다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훨씬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쇼 교수는 다만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매우 많아질 경우 미국 사회는 ‘직업이 있는 사람’과 ‘직업이 없는 사람’으로 구분되는, AI 때문에 사회가 양극화되는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