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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의 서방 첨단 기술 훔치기 새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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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의 서방 첨단 기술 훔치기 새 전략

중국 진출 외국 기업들 특허권 소송서 잇달아 패소

중국이 화웨이 등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외국 기업들에게 불이익을 강요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화웨이 등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외국 기업들에게 불이익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G2의 대립은 컴퓨터 칩 제조 기술에서 미국 상공의 스파이 풍선으로까지 광범위하게 번져나가고 있다. 모든 갈등은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최종 싸움으로 귀결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일(현지 시간) 첨단 기술을 훔치기 위한 중국의 새로운 전략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수년간 많은 돈을 투자 최첨단 기술 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 과제다. 미국의 기술 제재에 당황한 중국은 다른 나라들로부터 기술을 캐내기 위해 법원까지 동원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관리들은 중국이 외국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고, 중국 기업들을 돕기 위해 법원과 특허청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들은 중국이 기술, 의약품, 희토류 광물을 포함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산업에 그러한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 X선 장비 제조업체는 중국 법원에 의해 10년 된 특허를 무효화 당했다. 한 스페인 모바일 안테나 디자이너는 비슷한 싸움에서 상하이 법정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다. 또 다른 중국 법원은 일본 대기업이 중국 경쟁사에 자사의 기술을 허가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자신에게 세 번째 임기를 부여한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중국이 세계적인 혁신가가 된 것을 선언하고 더 부강한 나라로 이끌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중국 의원들을 상대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지식재산권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화해 전 방위적 혁신을 위한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의 기술 획득을 둘러싼 싸움은 수년간 격렬하게 진행됐다. 중국에는 가짜 상품과 로고 유사품이 만연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일부 외국 기업들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을 단속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명품 제화업체 마놀로 블라니크는 비슷한 이름으로 신발을 부적절하게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한 중국 사업가를 상대로 장기간 지속된 상표권 분쟁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관리들과 서방 기업들의 임원들은 중국이 일부 산업에서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국가시장관리국과 모든 지식재산권 문제를 감독하는 정부기관,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와 관련해 일체의 논평을 허락하지 않았다.

기술적, 경제적 우위에 있는 미국은 반도체 관련 수출에 대한 대(對)중국 규제를 강화했다. 이를 두고 중국은 미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보호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정치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12월 유럽연합기구(EU)는 스웨덴 통신장비 제조업체 에릭손과 다른 회사들을 대신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EU는 중국 기업들이 “특허권 보유자들에게 유럽 기술에 대한 더 저렴한 접근을 허용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에 호응한 중국 당국의 정책이 유럽 여러 나라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일본, 미국 역시 판결까지 약 18개월이나 소요될 유럽 연합의 소송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러한 EU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WTO 분쟁해결 절차를 준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스파이 풍선 사태 이후 미중 간의 대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사진은 중국 풍선 수거 작업을 벌이고 있는 미 당국. 이미지 확대보기
스파이 풍선 사태 이후 미중 간의 대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사진은 중국 풍선 수거 작업을 벌이고 있는 미 당국.

2021년 유럽연합(EU)의 글로벌 지적재산권 보호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들은 “전략적 부문이나 기업, 특히 국유기업이 우려할 때 중국 이해관계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응답자들은 중국에서 특허 무효화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지적 재산권에 대한 베이징의 태도는 매우 많은 제품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로 세계적인 파급 효과를 가진다. 중국은 이른바 ‘세계의 공장’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2020년 11월 공산당 지도부 위원회 연설에서 “지적재산권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이자 국제분쟁의 초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이와 관련하여 스스로를 옹호할 용기와 능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시 주석의 연설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중국이 추종 국가에서 주요 IP 생산국으로 전환하여 글로벌 IP 리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한다.

스페인 안테나 디자이너 프랙투스와 영국 기술 라이선스 파트너 벡티스는 2020년 말 중국에서 특허를 뒤집은 최소 8개 기업에 포함됐다. 상하이 법원은 프랙터스와 벡티스가 중국 회사를 무선 안테나 특허 침해라고 고소한 소송을 각하했다. 중국 경쟁사들과 여러 특허를 소송 중인 두 회사는 이번 판결에 항소했다.

주스티노 데 산티스 벡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많은 사례가 동시에 잘못됐다는 것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 쓰라린 경험을 통해 한때 그의 회사가 중국 시장에 가졌던 강한 기대를 저버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 더욱 조심할 것이다”는 그의 말이 주는 메시지는 음미해볼 만하다.

상하이 인근 닝보 법원은 2021년 일본 히타치의 계열사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이 회사는 중국 회사에 특허를 받은 희토류 자석 기술의 라이선스를 거부함으로써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

히타치 금속은 서면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특허권 행사 및 독점금지법 적용과 관련해 국제적 관행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고 호소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을 향한 이 외침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

미국 미시간주 트로이에 35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자동차 센서 제조업체인 말렌텍 일렉트로닉스는 중국 기업 2곳이 영업 비밀과 그들이 설계한 기계장치를 부적절하게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중국 기업들은 말렌텍의 지적재산권을 이용해 7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그러나 2021년 청두 지방법원은 말렌텍의 증거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X선 장비 업체 아메리칸 사이언스 앤 엔지니어링(AS&E)은 2018년 중국 법원에 의해 특허 무효화 처리됐다. 나사(NASA)가 새로운 별을 발견하는 것을 돕는 X-ray 망원경을 개발한 이 회사는 중국 법원에 의해 지적 재산을 잃고 난 후 방향을 수정해야 했다.

AS&E의 모회사 국제 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인 제나 더나이는 미국 기업이 외국 정부 조달을 따낼 수 있도록 돕는 국제 무역 관리국 옹호 센터를 비롯한 각종 기관의 미국 관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녀는 미국 관리들에게 중국의 원자력 기술회사 누텍(Nucech)이 화웨이보다 상업적으로나 국가 안보적으로 더 큰 위협이라는 사실을 전달했다. 그녀는 누텍이 잠재적으로 중국 당국에 데이터를 보내거나 이미지나 비디오를 모호하게 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텍의 대변인은 AS&E의 주장이 ‘끔찍한 추측’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누텍이 안전하고 혁신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보안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회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20년 12월 미 상무부 산업안전국은 미국의 허가 없이는 미국 부품을 중국 회사가 구매하기 어렵게 만드는 목록에 누텍을 추가했다.

2021년 AS&E는 원심을 확정한 중국에서 항소 절차를 모두 끝냈다. 지난 8월 이 회사는 새로운 법적 절차 통지를 받았다. 중국 특허위원회는 또 다른 탄원서를 접수한 뒤 AS&E를 상대로 새로운 소송을 제기했다.

위원회는 정지된 차량 스캐너 뒤에 있는 기술에 대한 AS&E 특허를 무효화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미국의 제재에 맞선 중국 당국의 대응은 각 기업들에게 경고음을 주고 있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