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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 1년] 2차대전 이후 최대 전쟁…전 세계 에너지·식량 유례없는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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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 1년] 2차대전 이후 최대 전쟁…전 세계 에너지·식량 유례없는 충격

서방세력 vs 반서방연대…러시아 제재건수 1만여건
식량가격 74%까지 상승…세계 GDP 7% 감소 예상
바이든, 키이우 깜짝 방문…젤렌스키 "종전결의 확인"

우크라이나 국기가 2021년 11월 25일 우크라이나 크라마토르스크 마을 위로 펄럭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 국기가 2021년 11월 25일 우크라이나 크라마토르스크 마을 위로 펄럭인다. 사진=로이터
오는 24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째가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최대의 무력 분쟁으로, 우크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와 안보에 큰 타격을 주었으며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

하지만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각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빈곤국·개발도상국 사이에서 경제 위기 확산 가능성도 여전해 전쟁의 부담은 세계 경제를 계속 짓누르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우크라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우크라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했다.

젤렌스키는 이번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 대통령의 결의를 확인했다"면서 "미국과 장거리 무기 등 이전에 포함되지 않았던 무기 지원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대국민 방송 연설에서 "올해 내로 러시아의 침략을 종식시키기 위해 국방 등 분야에서 어떤 것이 필요한지 알고 있으며 우크라의 파트너들도 이를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의 이번 우크라 방문은 미국 대통령의 전쟁 국가 방문이라는 행보를 통해 러시아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러·우 전쟁은 우크라 동부에서 양측의 공방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필두로 한 서방의 경제 제재가 러시아의 경제·정치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46개국 이상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으며 전쟁 이후 러시아에 가해진 제재 건수는 1월 12일 기준 총 1만901건에 달한다.

현재 전쟁은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한 서방세력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중국이 가세한 반(反)서방 연대가 대리전을 하는 모양새로 발전했다. 자유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세력의 지정학적 대결 구도가 전쟁의 불씨를 키우며 일각에서는 이번 전쟁이 '신(新)냉전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유럽과 미국이 서로 밀착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존재감을 확대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러시아·중국·북한·이란이 밀월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서방과 반서방의 대립 속에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실리 외교를 추구하는 국가들이 설 자리가 확대되고 있다. 인도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대중 견제를 위한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의 일원임에도 러시아산 원유를 값싸게 수입하는 등 경제적·외교적 실익을 추구하고 있다.

유럽의 튀르키예(터키) 역시 개전 초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비난하면서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곡물 수출 협상 당시엔 중재자 역할을 자청하는가 하면,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며 서방 국가들의 애를 태웠다.

한편 러·우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친 충격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쟁으로 인한 세계화의 후퇴 등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GDP가 최대 7%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자원 생산국 중 하나로, 러·우 전쟁은 전 세계의 에너지와 식량 안보에 큰 충격을 줬다.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에 에너지 가격 급등을 일으켰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는 지난해 유럽에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큰 혼란을 일으켰으며, 올해도 원유 가격은 지난해에 이어 높은 가격을 유지 중이다.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유럽의 빵 바구니'라 불리는 세계 3위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세계 식량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밀 선물 가격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159.7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러시아는 또한 최대 비료 수출국이다. 러시아의 총 비료 생산량은 2021년 기준 세계 생산량의 22%를 차지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및 비료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에든버러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에너지 및 비료 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글로벌 식량 가격은 2021년 대비 74%까지 상승할 수 있다.

높은 에너지 가격과 식량 가격은 코로나19 이후 심각해진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때 9%를 넘겨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물가 상승률도 10%대까지 치솟았다.

높은 인플레이션에다 이에 대응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전 세계 국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특히 중동·아프리카·아시아 등 일부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고통은 한계 수준으로 치달았다. 밀 수입의 80%를 우크라이나에 의존하던 레바논에서는 빵값이 2배 이상으로 폭등했다. 스리랑카는 외화마저 바닥나 석유·전력 공급이 중단되며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빠졌다.

파키스탄, 케냐, 나이지리아 등 일부 취약국의 경우에도 식량 위기와 부채 위기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디폴트 위기의 경계에 있다. 특히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취약국 환율이 상승해 달러 표시 국채 스프레드가 크게 높아져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는 에너지·식량 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된 상태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 상승과의 싸움이 계속되면서 경제성장률 하락 전망은 여전하다.

IMF는 전쟁에 따른 부담과 인플레이션과의 싸움 등으로 인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2.9%로 지난해 성장률 추정치(3.4%)보다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성장률이 1.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의 많은 전문가들은 러·우 전쟁이 한국전쟁처럼 몇 년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이탈리아 국제문제연구소(IAI)는 러·우 전쟁이 결국 한국식 분단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에 한국의 38선과 같은 군사분계선을 그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분할 통치하는 방식이다. 결국 러시아도 우크라도 명확한 승리자 없이 현실과 타협하며 전쟁이 마무리될 것이란 결론이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