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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중 vs 미+유럽 '글로벌 패권'위해 끝판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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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중 vs 미+유럽 '글로벌 패권'위해 끝판 대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미지 확대보기
푸틴 러시아 대통령.
어쩌면 지난 20일(이하 현지 시간)과 21일은 향후 세계정세의 주도권을 가름할 중요한 이틀이 될 수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쟁지인 우크라이나로 날아가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음 날 미국과의 핵무기 협정 참여 중단 의사를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 두 강대국이 강대강으로 맞선 것이다. 러시아의 파워가 이전보다 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중국이 가세하면 양상은 달라진다.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스티브 피들러 국제문제 전문기자에 따르면 상황은 점점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미국과의 마지막 남은 핵무기 협정 참여 중단을 발표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키이우에 대한 ‘끊임없는 지지’를 약속한 지 하루 만이다. 냉전 이후 지금처럼 긴장이 고조된 적은 없었다. 중국이라는 또 다른 거인이 러시아의 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은 21일 러시아로 날아갔다. 그는 직전 독일 안보회의서 미국을 마음껏 몰아세웠다. 왕이 국무위원은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 간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 대국 중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부터 제재를 당해 온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는 점은 미국에겐 커다란 스트레스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독재자들의 식욕을 말로 달랠 수 없다. 그들을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단결과 함께 세계 질서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 약화에 공통 관심을 갖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에서 주목할 점은 과거와 달리 신 냉전을 이끌 국가로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은 양날의 칼을 쥐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하는 두 강대국이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은 한편으론 중국에 위험을 안겨준다. 중국과 긴밀한 상업적 관계를 희망하는 유럽 국가들이 안보에 의존하는 워싱턴을 향해 더 단호하게 움직이도록 강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서구(한국, 일본 등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 포함)와 모스크바-베이징 축 간의 지정학적 경쟁이 고착화될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주말 러시아에 무기를 보내고 있는 중국을 행해 경고장을 날렸다. 그로 인해 미중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블링컨 장관은 강조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러시아에 치명적인 무기를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한다. 서방 분석가들은 중국 역시 전쟁을 길게 끌수록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중국 주석.


반면 러시아의 데미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서방의 추정에 따르면 러시아의 사상자 수는 2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과도한 장비 손실로 전쟁 수행 능력에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물러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전쟁의 책임을 서방에 돌리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21일 러시아 국회의원들에게 신전략 무기 감축조약에 대한 협력을 중단할 뜻을 밝혔다.

다행히 즉각적인 협정 탈퇴를 언급하진 않았다. 다른 러시아 관리들은 러시아가 핵탄두 수와 탄두를 운반하는 미사일과 폭격기에 대한 핵심 조약 제한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뉴 스타트 조약은 전략핵탄두의 수를 1550개로 제한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핵 시설 사찰을 거부한 러시아에 대해 조약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관리들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전력에 대한 데이터 공개와 전략무기의 상태와 위치 변경 통보를 거부함으로써 조약을 지키지 않으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21일 ‘전략적 공격 무기에 대한 양적 제한’ 의무를 계속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가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통지를 계속 제공할 것이며, 이는 전략적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대통령의 21일 모스크바 연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고조된 적대감과 군비 통제의 어려움으로 인해 2026년 2월 만료되는 뉴 스타트의 후속 협정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고로 보기에 충분했다.

뉴 스타트 협정의 미국 측 수석 협상가를 지낸 로즈 고트멜러는 “때때로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멘텀이 오긴 하지만 전략적 공격 무기에 대한 추가적인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비관적”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의 우울한 소식은 중국이다. 아직 핵무기 수에서 미국과 러시아에 견줄 바는 못 되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 나라는 감축 논의에 발을 담그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미지 확대보기
바이든 미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은 키이우에 이어 21일 바르샤바를 방문해 냉전 기간 동안 소련에 점령당했고 현재 러시아의 팽창주의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국가 지도자들과 회담을 가졌다. 그는 또 친 서방 정부 전복 음모에 대해 러시아를 비난해온 몰도바의 마이아 산두 대통령을 만났다. 러시아는 이 사실을 부인해 오고 있지만.

바르샤바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단결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전쟁에서 절대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지 몇 시간 후 나온 미국 대통령의 말이었다.

왕이 국무위원의 유럽 방문은 지난해 말 공산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중국 지도부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한 이후 중국 고위 관리로서는 처음이었다. 많은 유럽 지도자들과 미국 관리들은 회담을 갖기 전 뮌헨에서 행한 그의 연설이 유럽과 미국 사이에 균열을 내기 위한 얄팍한 위장술을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독일의 외교 정책 분석가인 울리히 스펙은 “현재 중국이 모스크바에서 가지고 있는 영향력으로 인해 일부 유럽 정부들은 중국의 평화 제안 참여 요구에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중국이 서방에 대놓고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벗어날 희망도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그러나 스펙은 이 접근법에는 적어도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휴전은 점령된 땅을 챙기고, 무기 재고를 보충한 후 다음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휴식을 줌으로써 러시아에 이익이 될 수 있다. 둘째 중국은 러시아를 진지하게 압박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 즉 위장 외교 전술을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왕이 국무위원의 미국에 대한 가혹한 비판과 대만에서의 군사적 행동 확대는 여전히 우려를 낳고 있다. 그는 “대만은 결코 국가가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의 분리주의 세력에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보를 훼손한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러시아 석유를 사들여 러시아 경제에 짭짤한 현찰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군사적 용도가 있는 마이크로칩과 다른 첨단 기술들을 러시아에 판매했는데, 이는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향후 서방의 제재를 감수하고 내린 조치다.

그러나 중국의 양 다리 전략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 침공 당사자인 러시아에 대한 지지가 커질수록 유럽과의 관계는 더욱 냉랭해질 것이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가 악화될수록, 유럽은 중국과의 경제적, 외교적 관계를 줄여나갈 것이다. 중국으로선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 되는 셈이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