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가고 싶다. 모든 목표가 업계 1위는 아니지만, 1위까지 오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면 가맹점과의 상생, 동반성장이 있었기에 이 키워드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가려 한다.”
임금옥 bch치킨 대표는 독자경영 10년 만에 이룬 업계 1위 쾌거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교촌과 BBQ라는 쟁쟁한 경쟁자를 꺾고 선두자리에 올라선 공은 전국 2000여개 가맹점과 고객에게 돌렸다. 그는 잠시 2017년 bhc치킨에 합류 후 보내온 시간들을 머릿속에 그린 후 말문을 열었다.
임 대표는 “감사하게도 지난해 호실적을 내며 업계 최초 5000억원 돌파와 업계 1위 등극이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2개나 거머쥐었다. 나아가 그룹 전체로 보면 1조 클럽까지…bhc가 10주년이 되는 2023년은 큰 의미가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실제 bhc치킨은 올해 겹경사를 맞았다. 독자경영 10주년을 맞았을 뿐 아니라 연초에 업계 왕좌까지 차지했다. 이 가운데 임 대표는 bhc치킨의 10년 역사 속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7년에 합류해 삼성의 성공 DNA를 이식하고 5년간 누구보다 애정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삼성전자 출신인 임 대표는 박현종 bhc그룹 회장이 영입했다.
임 대표는 취임 후 먼저 시스템 전산화 작업·가맹점 발주 시스템 개선 등 운영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내부 전산화 작업과 함께 다양한 개선 작업을 벌여왔다. 또 모든 부분에 전문성을 강조하고 복잡한 문서 위주 보고 대신 효율적 보고 체계 시행으로 의사 결정속도를 높였다.
임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임원까지 역임하서 몸소 체득한 것들이 bhc치킨에 잘 이식됐다고 본다. 이제는 bhc의 DNA”라며 “개인적으로는 삼성전자에서 영업·구매·마케팅 등 업무를 수행하며 얻은 전방위적 경험과 전문성이 회사의 발전적 계획 수립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대표는 이는 bhc치킨 성장에 있어 하나의 걸음일 뿐으로 ‘본사와 가맹점 간의 역할과 책임(R&R)을 철저히 지키자’란 원칙이 업계 1위 올라선 배경이라고 지목했다. 임 대표는 “한 가지 이유만 꼽기엔 오랜 시간동안 쌓은 노력이 동반한 결과”라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R&R”이라고 부연했다.
본사와 가맹점 간 본연의 역할은 그가 취임 후 늘 강조해온 부분이다. 2019년 ‘가맹점 100억 지원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본사의 역할로 시설이 낙후된 가맹점을 대상으로 매장 인프라 재구축을 도왔던 것인데, 이 프로젝트는 가맹점 매출 증대로도 이어져 ‘윈-윈’ 사례로도 꼽힌다.
각 가맹점이 프랜차이즈로서의 기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영업시간 준수’를 당부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임 대표 취임 전 각 가맹점 영업시간은 자유로웠는데 임 대표는 납득이 어려웠다. 프랜차이즈는 고객과의 약속이 중요한 사업인데, 제각각인 영업시간으로 고객들이 혼란을 겪어서다.
임 대표는 “처음에는 서로의 입장차로 이견을 좁히기 어려웠으나 나중에는 오히려 감사하다는 연락도 많이 받았다. 점포 매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가맹점과 소통하지 않고 변화하려 했다면 도입은 어려웠을 것 같다”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bhc치킨의 성장에는 임 대표의 발품 경영도 한몫했다. 그는 현장에 필요한 요소들을 직접 찾아내고, 신메뉴 개발에도 적극 의견을 개진했다.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산다’라는 말을 신뢰하는 그는 직원들 자리에서, 연구소나 물류창고에서 의견을 나누는 것도 즐겼다. 특히 분기마다 전국 단위의 가맹점 간담회를 직접 주도하고 참석했다.
임 대표는 “가맹점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야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나 개선 사항들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신메뉴 출시에 앞서서도 가맹점주들에게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있고, 이미 이런 소통에 익숙해진 분들이 많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일상에서도 아이디어를 찾을 만큼 열정적이다. 여행·가족 식사 등 어느 자리에서건 아이디어를 발견하면 이를 기록해두고 신메뉴 개발에 적용해보는 편이다. 본인 스스로도 “bhc치킨과 함께하는 순간부터 한시도 메뉴 개발에 참석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니, 모든 메뉴가 자식 같을 수 밖에 없다는 임 대표다. 그중에서도 ‘골드킹’은 임 대표에게 가장 특별한 메뉴다. 탄생 배경은 그의 일상에 있다. 어느 날 자녀들과 치맥(치킨+맥주) 먹다가 아들과 나눈 대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임 대표는 “아들 녀석이 날개 메뉴를 주문하길래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날개 부위는 양념이 더 잘 어서 실패 확률이 적다고 말하더라. 그날 이후 연구원들과 본격 부분육 개발에 착수했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그렇게 출시된 것이 윙스타 시리즈(2019년 말)와 골드킹 콤보(2020년 3월)이다. 골드킹 시리즈는 현재 인기 메뉴 톱5에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임 대표는 자신만의 ‘보물창고’ 이야기도 꺼냈다.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루틴처럼 열어본다는 이 보물상자는 본사 사이트 내 ‘신바람 광장’과 ‘고객의 소리’ 게시판이다. 직원들이 직접 전하지 못하는 생생한 ‘황금 같은 의견’이라는 점에서 임 대표는 이 게시판을 보물처럼 여긴다. 그는 “긍정적 의견도 많지만 전국 각지의 다양한 불만도 많이 접수된다”라며 “수년 간 고객 불만 제로화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곳이 정책 배경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bhc치킨의 지난 10년의 역사는 이렇듯 가맹점과 소통하고 현장에 귀 기울여 쌓아왔기에, 임 대표는 올해 가맹점과 소통을 더 확대하겠다고 했다. 취임 후 지난 5년간 몸소 소통의 힘을 체험했기에 그 힘에 의지해 앞으로를 만들겠단 각오다. 또 수년째 진행 중인 인프라 구축, 고객 불만 제로화 정책도 가맹점과의 소통으로 지속 개선할 방침이다. 임 대표는 “이는 상생을 위한 기초 작업”이라며 “상생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 모두 상생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bhc치킨은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를 무대로 K-치킨 전도사로 나아간다. 지난 17일 문을 연 북미 1호점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은 직영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진출한 말레이시아와 올 상반기 론칭을 앞둔 싱가포르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된다. 각 국별 특성을 반영해 현지 입맛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임 대표는 “치킨뿐 아니라 bhc그룹에서 운영하는 창고43과 같은 한식 메뉴의 해외 진출도 준비 중에 있다”며 차기 계획도 밝혔다.
사업 범위가 확대되고 지난해 호실적까지 거두면서 임 대표는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고 했다. 그는 “사업에 대한 부담은 늘 있지만, 이를 타개할 정책도 늘 준비하고 있다”면서 “앞서 말씀드린 R&R 등 기본적인 부분을 잘 지키고, 가맹점과 소통을 통해 본사 정책을 잘 어우를 수 있다면 고객 만족과 동반성장을 모두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자신했다.
마지막으로 “국내외 정세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들이 지속되는 부분도 부담이지만 지난해 이를 잘 극복하고 성장을 이룬 경험을 발판 삼아 올해도 잘 이겨내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