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특히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 (칩스 법)시행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에 대한 설비 투자를 규제한 것처럼 중국 특정 산업에 대한 투자 제한에도 한국 등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중국 간 첨단 기술 분야 교역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신규 제재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퀀텀 컴퓨팅. 인공 지능(AI) 분야 등에 대한 미국의 사모 펀드나 벤처 캐피털의 투자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본 투자와 함께 중국이 군사적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전문 지식의 이전도 차단한다.
미 재무부와 상무부는 이 보고서에서 새 투자 규제 조처를 이른 시일 내에 확정할 수 있고, 이번 주 발표할 백악관 예산 편성안에 이에 필요한 재원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수개월 동안 미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국을 비롯한 미국의 적대 국가에 대한 첨단 기술 분야 투자 제한을 담은 행정명령을 준비해왔다.
미국은 그동안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비롯한 정부 기관을 통해 외국의 민감한 산업 분야에 대한 미국의 자본 투자를 심의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차단할 목적으로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와 전문 지식 유출 차단에 나섰다.
미 의회도 초당적으로 중국 첨단 산업 분야 투자를 규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중국 등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지난해 6월 미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발의됐다. 이 법안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기술 분야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 기업이나 투자자가 중국 등 적대국에 대한 투자 명세를 정부에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미국 정부가 범정부적으로 이를 심사해 국가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하면 이를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또 중국에 대한 규제를 주요 7개국(G7)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을 늘리려고 390억 달러(약 50조 원)가량의 보조금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법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세액 공제나 보조금을 지원받는 미국과 외국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을 비롯한 우려 국가에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추가로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 ‘가드레일’ (guardrail, 방어망) 조항이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면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공장 신설·증설·장비 교체 등 추가 투자에 전면적인 제한을 받게 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