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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미래 다 담았다" 사명 바꾸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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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미래 다 담았다" 사명 바꾸는 기업들

일진머티리얼즈 롯데케미칼 인수 이후 사명 변경
포스코케미칼은 미래 의지 담은 포스코퓨처엠으로 바꿔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GRC 전경. 사진=HD현대이미지 확대보기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GRC 전경. 사진=HD현대
국내 기업들이 사명(社名)을 바꾸고 있다. 회사가 추진하는 신사업과 미래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공통된 의미를 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기업이 10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그룹의 영상보안 전문 기업인 한화테크윈은 이달부터 사명을 '한화비전'으로 바꿨다. 한화비전은 영상보안 솔루션에서 더 나아가 차세대 비전 솔루션을 선도함으로써 고객 비즈니스 운영에 필요한 통찰력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사명으로 '한화오션'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도 사명 변경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이 인수한 동박 제조업체 일진머티리얼즈는 공시를 통해 오는 1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사명은 기존 사명에 롯데와 2차전지 사업 등을 포괄하는 의미인 에너지가 더해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다. 롯데제과는 56년간 사용해온 제과라는 이름을 떼고 롯데웰푸드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자회사인 포스코케미칼도 사명을 바꾼다. 지난 2019년 3월 2차전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ESM과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엠텍이 합병하며 출범한 지 4년 만이다. 새로운 사명은 '포스코퓨처엠'으로 미래(Future)와 소재(Materials), 변화(Move), 매니저(Manager)의 첫 글자 M을 결합해 미래소재 기업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포스코의 정보기술 서비스 계열사인 포스코ICT는 사명을 포스코DX로 바꾼다.
SK그룹에서 석유화학사업을 담당하는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사명을 SK엔무브로 변경했다. SK엔무브는 더 깨끗하고(Environmental)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힘(Movement)을 만들어 가는 기업이라는 의미다. 또 SKC미래소재와 자회사인 SKC하이테크앤마케팅은 각각 SK마이크로웍스와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로 바뀌었고, SKC의 반도체 소재·부품 사업 투자사 SKC솔믹스는 SK엔펄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해 말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HD현대로 사명을 바꿨다. 새 사명은 인간이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회사는 "제조업 중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투자 지주회사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사명 변경 사례표
기업들의 사명 변경 사례표


과거에는 영어식...지금은 미래와 사업 정체성 담아


이전에도 사명 변경은 있었다. 2000년 전후로 이뤄진 사명 변경은 기존 '한국식' 사명을 '영어식'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 골자였다. 세계화를 반영한 기업 이미지 개선 전략이었다.

대표적으로 1999년 삼성전관이 삼성SDI로 사명을 바꿨다. 첨단 산업의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함이었다. 제일제당그룹은 영문 머리글자를 딴 CJ를 사명으로 선택했다. 우성타이어는 넥스트 센추리(Next Century)의 줄임말인 넥센타이어로, 기아중공업은 위아(현재 현대위아)로 이름을 바꿨다. 이외에도 당시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들 대부분이 영어식 이름으로 사명을 바꾸기도 했다. 한국통신프리텔이 케이티프리텔, 도드람사료가 도드람비엔에프 등이다.

지금의 사명 변경은 과거처럼 영어를 사용한 것은 같지만 내포하는 의미가 달라졌다. 회사의 정체성과 추진하는 신사업 등을 모두 포함한다. 회사가 추진하는 신사업, 미래 비전을 새로 담을 그릇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것이 2021년 초 기아로 사명을 바꾼 기아자동차다. 자동차에 국한된 사명을 변경,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을 포함하는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선언했다.

포스코퓨처엠으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포스코케미칼도 같은 경우다. 포스코케미칼은 내화물, 석회소성, 탄소화물 등 기초 소재가 주력 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양극재·음극재·전구체 등 배터리 소재까지 사업부문을 확대했다. 단순히 화학물질을 의미하는 단어 '케미칼(Chemical)'로는 현재 추진하는 사업의 다양성을 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래 사용했건 아니건 사명 변경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와 회사의 사업 방향성, 정체성 확립 등 여러 장점을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