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이커머스 11번가가 올해 기업공개·신규상장(IPO)을 목표로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 1호 이머커스(온라인 상거래) 상장사에 오를지 이커머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 상장을 준비했던 업체들이 상장을 철회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상장 잔혹사를 쓴 만큼 11번가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7일 11번가에 따르면 이 회사는 현재까지 상장을 위한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시장 상황 및 업체 동향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상장 시점을 검토하는 중이다.
11번가는 올해 9월까지 상장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11번가는 2018년 9월 SK플래닛에서 분사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투자 유치 조건으로 5년 내에 상장을 완료하기로 약정을 맺은 바 있다.
이를 위해 11번가는 지난해 8월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 공동주관사로 삼성증권을 IPO 추진을 위해 대표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상장 과정의 첫 발을 떼고 사전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예상보다 더뎌지고 있다.
현재 11번가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는 단계에서 멈춘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11번가의 상장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 가장 걸림돌은 실적이다. 11번가는 지난해 매출 78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하며 사상 최대 연매출액을 기록을 달성했지만, 영업손실은 694억 원에서 15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현재와 같이 적자 기조가 이어진다면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11번가는 앞선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투자 과정에서 기업가치 2조7000억 원을 인정받았다. 당시 원하는 기업가치는 3조~4조 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가치는 현재 1조 원 남짓까지 내려앉았다는 평가다.
이미 전 세계적 증시 시장 악화로 상장예비심사를 마쳤던 컬리가 1월 초 수요예측 부진에 상장 철회를 결정했고 2월에는 새벽배송 이커머스 업체 오아시스가 상장을 10일여 앞두고 포기했다.
최근 금리 인상과 국제 경제 악화 등으로 투자심리 위축과 함께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약화될 경우 상장 움직임이 더뎌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커머스 업계를 둘러싼 경쟁 심화, 온라인 쇼핑 시장 업황 부진과 성장 둔화, 투자심리 위축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상장에 난항이 예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11번가의 적자 개선이 상장에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슈팅배송을 통해 직매입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대신 효율적 대응으로 적자를 극복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앞서 이커머스 컬리의 상장에서 가장 걸림돌이 됐던 부분도 적자 문제였다”며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11번가 역시 상장에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양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luswate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