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K-보일러’ 기업으로써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쾌적한 생활환경 파트너’를 향한 발걸음을 본격화한다. 경동나비엔은 가정용 보일러를 비롯한 온수기, 시스템 난방 등 생활 에너지 기기 분야를 주요 사업 영역으로 하고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국내 내수시장의 한계가 더욱 극명해짐에 따라 해외시장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를 넘어 보일러의 수출 산업화를 견인한 경동나비엔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특히 경동나비엔은 사업 영역의 확장과 시장 다변화는 물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글로벌 생활환경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고 효과로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
경동나비엔은 국내 시장에서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1978년 3월 창업주 손도익이 설립한 경동기계가 경동나비엔의 전신으로 1979년 8월에 평택 공장 준공 및 기계 설비를 완료하며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이후 1979년 10월 콤팩트형 사각 보일러인 ‘코로나 KDB-202’를 출시하면서 보일러 분야에 진출했다.
2006년 9월에는 지금의 사명인 경동나비엔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나비엔(NAVIEN)이란 Navigator(항해자), Environment(환경), energy(에너지)의 합성어로 ‘환경과 에너지의 길잡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시기부터 경동나비엔은 보일러 기업을 넘어 ‘생활환경기업’을 표방하며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한다. 보일러라는 한정된 사명을 변경하고 사업의 다영성을 꾀하기 시작하면서 북미시장에 진출하면서 비즈니스 영역을 글로벌 무대로 확장했다.
탄력이 붙기 시작한 경동나비엔은 2011년 1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2016년 12월에는 러시아상공회의소에서 선정하는 러시아 국민브랜드로 꼽히기도 했고 같은해 중국 정부가 대기오염의 주범인 석탄을 줄이기 위해 보일러의 규제를 강화하면서 경동나비엔의 보일러 수요는 크게 증가하는 등 거침없는 진격을 이어갔다.
◆국내 업계 전체 수출의 88% 차지
실제로 경동나비엔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17년부터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설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2017년 12월에는 업계 최초 2억불 수출의 탑, 2020년 3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등 수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2014년 4289억 원을 기록했던 경동나비엔의 매출은 2021년 국내 보일러 업계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 비중 역시 2014년 46%에서 2021년 64%를 돌파하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정체된 국내 보일러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전략이 톡톡이 통한 것이다. 특히 작년에는 국내 가스보일러 및 온수기 업계 전체 수출의 88%를 차지하며 업계 최초 5억불 수출의 탑이라는 영예를 누렸다. 이를 바탕으로 경동나비엔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2022년에 1조1609억 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경동나비엔의 성과는 보일러 업계에서는 쉽지 않은 사례로 평가된다. 각 나라마다 다른 난방 문화와 설비 인프라를 고려해야 하는 보일러 시장의 특성과 고장이 났을 때 불편함이 매우 큰 보일러의 주거환경 내 역할을 고려할 때 다른 나라에 제품을 수출해 고객에게 인정받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 1위로 평가되는 독일 기업 역시 국내 시장에 3차례나 진출을 시도했다가 모두 뚜렷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철수했던 바 있다. 경동나비엔이 북미 등 해외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R&D본부와 서탄공장을 기반으로 구축한 품질 경쟁력이 밑받침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서탄공장 기반 품질 경쟁력 상승
경동나비엔의 글로벌 생산기지인 서탄공장은 4만평 규모를 가진 단일 규모 세계 최대의 보일러 및 온수기 생산 공장이다. 2014년 가동을 시작할 당시 연간 생산규모가 120만대였지만 글로벌 시장 확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생산 라인을 증설해 현재는 연간 200만대까지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보일러 시장의(130만대)의 1.5배에 해당하는 시설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생산-검사-물류에 이르는 3단계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보일러, 온수기 등 각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을 모듈별로 자동 생산하고 조립 공정에 로봇을 배치해 생산성을 높였다. 생산된 부품은 조립 공정으로 자동 공급되며 조립이 끝난 제품은 검사 로봇이 최대 55개 항목을 촬영해 이상 여부를 1차로 점검한다.
이후 레일을 따라 운행하는 RGV(Rail Guided Vehicles)에 의해 검사 공정으로 이동해 경동나비엔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동검사시스템으로 품질의 이상 유무를 최종 점검한다. 이 과정을 마친 제품은 포장 공정으로 이동하며 로봇을 통해 파렛트에 적재돼 물류창고에 저장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제품의 불량률 등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공유, 집계돼 생산에 반영된다.
경동나비엔의 이러한 노력은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성과의 기반이 됐다. 경동나비엔은 2008년 북미 시장 진출 당시 후발주자였지만 ‘나비엔’이란 자체 브랜드로 아시아 최초로 개발한 콘덴싱 기술을 접목한 ‘온수기’를 출시했다. 여기에 현지의 난방 문화와 유통 구조, 설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지화를 진행한 것이 ‘북미 콘덴싱온수기 시장 1위’로 이어지며 ‘K-보일러’의 성공 신화를 쓰게 됐다.
◆스마트팩토리 전환, 디지털 전환 등 진행 예정
경동나비엔은 올해부터 늘어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해 생산역량을 확충하고 향후 진행할 신규사업에 맞춰 서탄공장 증축에 나설 예정이다. ‘제4차 산업 혁명’(4IR: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에 대응해 스마트팩토리로의 전환도 진행한다.
먼저 생산 규모는 2026년까지 연간 439만대 수준으로 확장한다. 기존 주력 제품인 보일러와 온수기는 물론 북미 메인 난방을 타겟으로 한 출시할 ‘콘덴싱 하이드로 퍼내스’ 등 신제품도 포함된다. 또 냉방 관련 신규 제품의 생산라인도 구축해 10만평 규모로 확대한다. 생산, 검사, 물류 등 생산 전 과정의 DX(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를 통해 고객의 수요에 맞춘 통합 생산관리를 도입하고 품질관리 역량을 더욱 높인다.
이러한 생산기지 확충을 통해 경동나비엔은 본격적인 미래 준비에 나선다. 북미를 시작으로 냉난방공조(HVAC) 시장에 진출하고 이 성과를 기반으로 국내 상황에 맞춘 생활환경 가전을 출시하며 ‘쾌적한 생활환경 파트너’라는 기업 비전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HVAC 시장 진출의 첫 걸음으로 올해 북미 시장에 ‘콘덴싱 하이드로 퍼내스’를 출시한다.
또 경동나비엔은 북미지역 냉방시장도 진출한다. 북미는 우리나라처럼 별도의 분리형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고 공조 시스템을 활용해 냉방과 난방을 구현한다. 국내 가전 기업들이 북미 냉방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다.
경동나비엔은 연내 최신형 인버터 압축기를 적용한 ‘히트펌프’를 새롭게 출시하고 ‘콘덴싱 하이드로 퍼내스’와 연계해 난방과 냉방을 함께 제공한다. 하이브리드(Hybrid) 운전 기능을 통해 겨울에는 난방, 여름에는 냉방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아시아 최초로 개발한 콘덴싱보일러, 북미 시장에서 친환경 트렌드를 선도한 콘덴싱온수기 등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선도해 온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발맞춰 사업 영역 확장도 이어가고 있다”며 “북미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양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luswate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