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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이나 조금 먹으면 그만"…게임업계 표절 논란 지속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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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이나 조금 먹으면 그만"…게임업계 표절 논란 지속되는 이유

범람하는 '리니지 라이크' 모바일 게임 '법정다툼' 이어져
매출 대비 실질적 리스크 없다시피…"의식 개선, 정부 대응 필요"

국내외 게임계에 모방·표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리니지라이크' 장르 획일화가 함께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사진=프리픽이미지 확대보기
국내외 게임계에 모방·표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리니지라이크' 장르 획일화가 함께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사진=프리픽
국내외 게임업계에 '표절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과금에 익숙한 이용자층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이익에 비해 실질적인 리스크가 적다 점에서 '유명 게임 베끼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NC)는 최근 국내 게임 경쟁사 카카오게임즈와 그 자회사 엑스엘(XL)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부정경쟁 행위에 관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카카오게임즈가 3월 21일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 2019년 11월작 '리니지2M'을 모방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업계관계자들은 대체로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키에이지 워는 자유로운 PK(Player Kill), 과금을 통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P2W(Pay to Win) 요소가 강해 '리니지 라이크' MMORPG로 분류된다. 게임 콘텐츠 외에도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등 콘텐츠 외 시스템까지 비슷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게임 전문 유튜버 '중년게이머 김실장'은 세세한 UI나 재화 구분 등에서 유사성을 지적하며 "리니지2M 이용자들을 넘어오게 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인다"며 "어디까지 비슷해야 고소를 하지 않을까 시험해 보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평했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이에 "아키에이지 워 게임 내 요소와 배치 방법 등은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반박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사측은 "소장을 수령해 면밀히 검토한 후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2M(위)'과 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엔씨소프트 '리니지2M(위)'과 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 사진=각사

신작 게임이 기존 게임과 유사해 논란이 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은 게임업계를 넘어 콘텐츠 업계 전반에 걸쳐 통용된다. 게임의 장르명으로 소울라이크, 리니지라이크 등 '특정 게임과 닮았다'는 것을 다른 누구도 아닌 개발사 본인들이 먼저 내세우는 일도 흔히 벌어진다.

NC는 이번 소송전 외에도 지난 2021년에도 웹젠의 신작 'R2M'이 자사 '리니지M'을 모방했다는 이유로 소송에 나선 바 있다. 해외에서도 지난해 말 라이엇 게임즈가 자사 슈팅 게임 '발로란트'를 모방했다는 이유로 넷이즈의 '하이퍼프론트'를 상대로 유럽·싱가포르 등에서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후 하이퍼프론트는 10일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 게임 개발자는 "비디오 게임의 역사도 50년을 넘긴 만큼 이미 수많은 시스템, 콘텐츠, 장르들이 개발돼왔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소위 '선을 넘는 수준으로 베낀' 게임만 아니면 넘어가자는 일종의 암묵적 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게임사들이 흥행이 보장된 특정 장르 게임을 집중적으로 출시하는 '장르 획일화'는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특히 모바일 게임 시장에선 앞서 언급한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 매출 최상위권을 점거하다시피 해 '다양한 장르 게임'을 요구하는 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 10일 기준 국내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최상위권을 살펴보면 언급한 '리니지2M'과 '아키에이지 워' 외에도 NC '리니지M'과 '리니지W',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 넥슨 '프라시아 전기' 등 리니지 라이크 MMORPG가 1위부터 6위를 휩쓸었다.

4월 10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사진=모바일인덱스이미지 확대보기
4월 10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사진=모바일인덱스

국내 모 게임사의 사업 담당자는 "리니지 라이크 MMORPG는 소수 고과금 이용자들이 매출을 좌우하는 형태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 더욱 탐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소위 '린저씨'라 불리는 리니지 라이크 애호층은 적게는 월 수십만원, 많게는 월 억원 단위로도 과금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슷한 게임으로 얻는 '리턴'에 비해 실질적인 리스크가 적다는 것 또한 문제다. 앞서 언급했듯이 단순한 '모방'과 '선을 넘은 표절'을 실질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법정 공방을 통해 표절한 업체에 귀책을 물리는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은 '어디까지를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나'에 대한 법적 허점 등을 이용하는 측면이 강해 위법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위법성 판결이 나더라도 3심까지 재판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미 서비스가 계속 진행되기도 한다"며 민사 소송의 실효성이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2021년 시작된 NC와 웹젠의 소송전은 아직도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모방작'에 대한 비난은 지속적으로 나오나 반대로 "게임만 재밌으면 그만"이라는 의식도 강해 불매운동 등이 실질적 효과를 거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위 학회장은 "게임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관으로 저작권보호원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인력과 예산 등의 문제로 콘텐츠 분야까지 확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업계 차원에서 윤리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과 더불어 정부 차원에서도 저작권 관련 유관기관의 업무영역을 적극 확장하려는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