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사회에서 접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또한 그러했다. 극장 애니메이션으로서 완성도 높은 그래픽과 유머러스한 분위기, 원작 게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연출이 더해져 즐거운 90분을 보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영화가 맞나?"하는 의문이었다.
주요 캐릭터들도 적절히 각색됐다. '붙잡힌 공주'의 대명사 피치 공주는 쿠파 군단에 직접 맞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직시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강단 있는 리더로 재탄생했다. 쿠파는 '마왕'에 걸맞은 사악함과 피치 공주를 향한 순애보적 면모가 공존하는 입체적 악당으로 묘사됐다.
마리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유쾌한 분위기' 또한 적절한 유머로 살아났다. 원작 속 캐릭터들을 잘 알면 찾아낼 수 있는 '이스터에그'들은 덤이다. 음악과 효과음 역시 원작은 물론 고전 팝송들까지 적절히 섞여 보는 눈 뿐 아니라 듣는 귀까지 즐거웠다.
훌륭한 영상미와 오디오, 연출 등에 비해 서사성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마리오 형제를 갑자기 버섯 왕국으로 데려간 미지의 힘의 정체, 버섯 왕국의 세력 구도와 역사, 쿠파가 왜 피치 공주를 사랑하게 됐는가 등 시나리오적으로 중요한 부분에 대해 영화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영화의 전개에 있어 '이 등장인물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를 영화 속의 연출만으로 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원작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팬이라면 쉽게 짐작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원작을 모르는 관객이 보기엔 의문만 남는 장면들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영화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서사 부문에 큰 문제가 있음에도, 분명 이 영화는 재미있었다. 자연히 관람이 끝난 후 극장을 나서며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영화의 3요소라고 한다면 흔히 '화면', '음향', '서사'가 꼽힌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역시 영화가 '화면에 연속적인 사진을 투사하고 음향 등을 더하는 형태로 가상의 이야기(서사)를 전달하는 대중 예술 표현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미국 영화 평점 통계 플랫폼 '로튼 토마토'에 따르면 219명의 평론가가 매긴 평균 평점은 100점 만점에 57점으로 집계됐다. 반면 관람객 평점은 96점이다. '서사의 완성도'를 영화의 한 요소로 중요하게 여기는 평단, 화면과 음향을 '보고 듣는 재미'에 초점을 맞추는 일반 관객 사이 관점 차이가 드러난 셈이다.
본 기자가 맨 처음 언급했던 청국장 파스타는 분명 한식은 아니었지만, 많은 이들이 좋아할만한 맛있는 음식이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서사적 완성도를 포기한 반쪽짜리 영화지만, 국내를 포함 세계적으로 많은 관객들이 재미 있는 영상 콘텐츠로 즐길 것이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원작 게임 개발사인 일본의 닌텐도가 미국의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제작했다.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자 아론 호바스·마이클 제레닉이며 크리스 프랫(마리오 역)·찰리 데이(루이지 역)·안야 테일러조이(피치 공주 역)·잭 블랙(쿠파 역) 등이 캐스팅됐다. 미국에선 이달 5일 극장 상영을 시작했으며 국내에선 오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