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주당 근로시간이 1시간 정도 줄어든 셈이다.
지난 2020년 터진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만 해석하기보다 일(워크)과 생활(라이프)의 균형을 중시하는 풍조, 즉 ‘워라밸’ 문화가 미국 직장인 사이에서 확산된 결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미국의 현재 실업률이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구인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즉 기업들이 여전히 구인난을 겪고 있는 미스터리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는 조사 결과로 해석된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근로시간을 ‘주 최장 69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해 큰 논란이 빚어진 가운데 한국 근로자의 지난해 주 평균 근로시간이 36.5시간으로 집계된 것과 일맥상통하는 조사 결과이기도 하다.
◇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 “주당 근로시간 코로나 사태 이전 대비 1시간 감소”
브루킹스연구소의 이번 보고서에서 확인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미국인의 주당 근로시간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평균 36.9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2020년 1월 기준으로 조사했을 때가 37.5시간이었으므로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1시간 정도 줄어든 셈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사태가 근로시간 감소의 주요한 배경이었을까.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들은 해석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방역 조치가 일반화된 것이 근로시간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문제는 지난해부터 코로나 대유행 사태가 진정됐다는 사실”이라면서 “코로나 국면이 사실상 물러난 상황에서도 근로시간이 준 것으로 나타난 것은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 발간을 주도한 캐서린 에이브러햄 미국 메릴랜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 때문이었다면, 코로나에 걸릴까 염려해 출근을 꺼렸다면 아예 출근하지 않은 사람이 많았을 텐데 그 정도는 아니고 소폭 감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코로나19 사태가 노동시장 참여를 위축시켜 근로시간 감소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두 설명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현상이 꾸준히 확산된 것 역시 근로시간을 줄게 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 주당 근로시간 1시간 감소에 美 고용시장 부족 인력 240만 명
보고서에 따르면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기업들의 구인난이다. 보고서는 현재 미국 전체 고용시장에서 부족한 인력이 24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 사태와 워라밸 문화의 확산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 근로자들이 주당 일하는 시간이 한 시간가량 줄어들면서 역대급으로 실업률이 낮은 가운데서도 노동시장의 경색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일하는 사람 중에서도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을 줄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신용석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행사에서 △연령이 낮고 학력 수준이 높은 직장인 △연봉 수준이 높은 직장인 △일에 중독된 직장인(워커홀릭)을 중심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예컨대 지난 2019년과 2022년을 비교한 결과 고연봉자는 평균 1.5시간 정도 일하는 시간을 줄였고, 워커홀릭의 경우 주당 55시간에서 52시간으로 3시간이나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그는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