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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는 韓면세③] 안방 지켰지만…발목잡힌 韓면세점의 글로벌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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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는 韓면세③] 안방 지켰지만…발목잡힌 韓면세점의 글로벌 위상

中 CDFG·스위스 듀프리, 1·2위 자리 모두 내줘…‘정부 지원’·‘프레임 변화’ 절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모습. 사진=인천공항공사이미지 확대보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모습. 사진=인천공항공사
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한껏 쪼그라들었던 면세업계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계기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내 면세업체들이 호황기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면세업계를 휩쓸던 위상은 예전 같지 않아는 점이 새로운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업계 매출이 뒷걸음질 치면서 글로벌 면세점 순위가 뒤집혔다. 스위스 기업 듀프리토마스쥴리면세점(듀프리)에 2위 자리를 뺏기면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3·4위로 내려왔다. 왕좌 탈환을 노리던 국내 업계로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 됐다.

앞서 국내 면세업체들은 글로벌 면세시장에서 2020년 중국 CDFG(중국국영면세점그룹)에 1위를 빼앗긴 바 있다. 이후 2년 만에 듀프리에 2위 자리까지 내주게 된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 스위스 듀프리,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이 글로벌 1~3위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CDFG는 코로나19로 한국 면세점들이 주춤했던 2020년 국내 면세업계를 밀어내고 글로벌 매출 1위로 올라섰다. 그 이후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며 2위와 격차를 크게 벌리는 중이다.

영국의 면세 전문지 무디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CDFG의 매출은 93억6900만 유로(약 13조384억 원)로 전세계 사업자 중 1위를 기록 중이다. 2위 롯데(40억4600억 유로)와 3위 신라(39억6600억 유로)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큰 규모다.

2020년부터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CDFG의 지난해 매출은 10조 원대를 기록했다. 듀프리도 지난해 9조389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국내 1위 면세기업이자 글로벌 2위였던 롯데의 순매출액은 2019년 9조3539억 원에서 지난해 5조3469억 원으로 4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라는 6조5873억 원에서 4조3505억 원으로, 신세계는 4조4783억 원에서 3조6668억 원으로 감소했다.

CDFG가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공이 크다. 정부의 지원은 급격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일례로, 중국 정부는 면세점 사업을 독려하기 위해 내국인의 면세 구매한도와 취급 품목을 대폭 늘리는 등을 지원을 해왔다.

중국 정부가 CDFG를 밀어주는 사이 국내 면세점은 성장 정체기를 맞았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최순실 사태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놓이면서 글로벌 사업이 위축된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면세시장에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힘을 키운 CDFG는 최근 진행된 인천국제공항 제1·2여객터미널(T1·T2)과 공항 탑승동 면세점사업권 운영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했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인천국제공항에 입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지만, 국내 면세업체들이 중국 면세점으로부터 안방을 지켜냈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 같은 태세라면 언제든지 국내에 진출할 가능성 높아서다. 이미 글로벌 면세시장에서 중국 면세점의 위상은 한국을 뛰어넘은 상황이다. 정부가 대기업은 ‘악’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사이 중국 면세점은 글로벌 장악력 키우면서 국내 시장까지 넘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업계는 글로벌 면세시장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국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최고 위상을 뽐내던 국내 면세업계가 홍콩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차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시내면세점과 온라인면세점 등 국내 면세시장의 인프라 구축은 잘 돼있다. 국내 면세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정책 지원이 꼭 필요하다. 정부 지원을 통해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산업이라는 점이 중국을 통해 증명됐다”며 “면세 한도 상향과 특허수수료 책정 방식, 과도한 송객수수료 등의 우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 면세점에서 고객들이 이용의 편의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프레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양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luswate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