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상자에는 판교점 ‘디올’ 입점권이 들어 있었습니다. 디올은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높은 위상을 자랑하는 명품브랜드 중 하나죠.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는 3대 명품 중 하나인 에르메스와 루이비통이 입점해 있고, 디올은 남성 부티크 매장만 운영 중이었는데요. 정식 입점 되면서 든든한 명품 라인업을 갖추게 됐습니다.
방한한 지 한 달도 채 안된 사이에 선물 보따리를 받은 현대백화점에 업계 안팎에서는 박수 갈채를 보냅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루이비통은 희소성에 대한 고민이 커 신규 매장을 내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며 “루이비통 맨즈 등 전문관을 늘리는 방식으로만 확대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는데요. 업계에선 까다로운 입점 기준에도 루이비통 입성까지 앞둔 것을 보면, 현대백화점 위상이 그만큼 올라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현대 서울에 루이비통을 유치하려는 까닭도 비슷한 이유겠죠. 이미 디올, 펜디 등 LVMH그룹 소속 브랜드가 다수 입성해 있는 더현대 서울은 최단 기간 1조 클럽 입성 기대감을 키우는 곳 중 하나인데요. 3대 명품인 에루샤 없이도 1조 클럽을 넘보는 이곳에 아르노 회장 관심도 컸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신세계의 행보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현대백화점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라며 “오프라인에서 만큼은 벤치마킹할 포인트가 많다”고 귀띔했습니다.
◆빅 브랜드 입점 효과 날까…어려운 업황
정지선 회장이 직접 나와 마중한 성과가 톡톡히 나오고 있는 현재, 업계의 부러움도 커지고 있습니다. 루이비통이나 디올 같은 빅브랜드 입점은 백화점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고급화 기준의 척도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나 명품에 대한 사랑이 큰 국내에선 백화점에 3대 명품 유무 차이는 큰데요. 루이비통 같은 파급력 있는 브랜드는 실적 견인차 역할도 해냅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을 들 수 있습니다. 루이비통 입점으로 수원, 광교 지역 고객까지 흡수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팬데믹 기간 폭발적으로 일어난 보복소비가 주춤해진 영향인데요. 하늘길이 열리면서 명품 수요는 면세점 등으로 분산되며 백화점 명품 소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샤넬 오픈런이 쉬워졌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닙니다.
증권가에서도 백화점 빅3의 명품 매출이 한 자릿수에 그치며 성장률이 둔화됨에 따라 올 1분기 실적은 전년의 호실적을 거두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누린 명품 호황기에 백화점에서 명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위축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부터 지갑을 닫고 있는데요. 이들은 얼마 전까지 거리낌 없이 명품을 사던 큰 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로 성공적 투자를 했다 믿었던 MZ세대가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투자 심리가 냉각되자 파산 상태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증시 상황과 부동산 경기가 따라주지 않는 데다 높아진 금리 때문에 이자 걱정만 쌓여가는 분위깁니다. 높은 금리에 100만원을 내던 이자가 300만원까지 불어나니 명품은 엄두도 못 내게 된 것이죠.
명품에 대한 수요는 중고 거래로 대체되는 분위깁니다. 명품 플랫폼 트렌비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고상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400%까지 성장했다고 하네요. 불황에 중고명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업계도 예상했다는 분위깁니다. 불황에도 강한 명품이라지만,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예견되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역기저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올해는 엔데믹에 해외여행자들이 늘면서 호황을 누렸던 명품 매출이 면세점으로 이동하게 될 것으로 본다”며 “게다가 금리 인상, 집값 하락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없게 돼 성장률 둔화가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