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제 놀이터이기도 하고, 방앗간 같은 곳이었죠. 아이들 일주일 치 간식도 사고, 푸드코트 잘 돼 있어 많이 애용했는데 갈 곳을 잃은 느낌이네요.”
지난 토요일인 22일 오후 9시 무렵, 이마트 성수점을 찾은 박모씨(40대)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오는 25일 폐점되는 이마트의 단골고객이라는 그는 아이를 카트에 태우고 성수점에서의 마지막 장보기 끝낸 후 계산대로 발길을 돌렸다.
영업종료를 1시간 앞둔 늦은 시간이었지만 셀프계산대에는 대기 줄이 끊이지 않았다. 매장으로 들어오는 발길도 계속 이어졌다. 영업시간 내 장보기를 마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들은 텅 빈 진열대 앞에서 잠시 주춤하는 모습도 보였다.
폐점을 앞둔 매장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남아 있는 재고들이 소진되면서 빼곡하게 진열돼 있던 매대가 휑했다. 텅 비어 있는 진열대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을 말해주고 있었다. 폐점을 앞두고 가격을 내린 할인 상품은 이미 동이 난 상태였다. 먹거리뿐 아니라 스포츠 의류, 신발부터 완구까지 이마트 성수점 고별전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게 매장 내부 직원들의 설명이다.
이마트 성수점의 한 직원은 “거의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만큼 많은 고객들이 찾아와 주셔서 한동안 바빴다”며 “단골고객들 중에서는 이곳에 입점한 상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고 현황을 전했다.
이마트 성수점은 2001년 개점해 대형마트 황금기를 거치며 성장한 곳으로 22년간 동안 고객들과 많은 추억을 쌓아왔다. 특히 이마트 성수점은 본사와 함께 자리해 상징적 점포로도 통한다.
본사와 함께 있는 영업점인 만큼 소비자들의 신뢰도 컸다. 상품 구색과 관리가 잘되는 매장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일부러 찾아오는 ‘성수점 마니아’들도 많았다. 덕분에 강남권에서도 찾아오는 매장으로 유명했다.
여기에 넓은 매장, 쾌적한 주차공간이라는 편의성과 의류부터 가전까지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어 충성고객층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와인 행사가 열리면 와인 애호가들이 줄을 서는 매장이기도 했다.
22년간 한 자리를 지키며 다양한 고객과 소통해온 이마트 성수점은 2027년, 같은 자리에 재개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마트가 최근 선보이고 있는 ‘미래형 점포’의 형태로 성수점을 리뉴얼한다는 계획이다. 식료품 매장은 압축하고, 나머지 공간을 식음료(F&B) 매장과 스트리트형 몰, 온라인 배송을 위한 PP(Picking & Packing)센터 등으로 구성한다는 목표다.
이마트는 현재 이마트 앱과 매장 내 현수막 등을 통해 성수점 기존 고객들이 찾아갈 만한 인근 점포를 안내 중이다. 대표 매장은 왕십리, 자양, 용산, 청계천 등 4개 점포로 이마트는 기존 성수점 고객들을 이곳으로 전이시킨다는 계획이다.
기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도 마련했다. 이마트앱에서 이달 26일부터 5월10일까지 성수점을 단골점포로 등록한 고객이 단골점포를 왕십리, 자양, 용산, 청계천으로 변경시 e머니 500점을 지급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해당 점포들은 MD, 테넌트, 전문점 보강 등 매장을 개선하고 5월4일부터는 4개 점포에 대한 별도 증정 행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