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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가 갤럭시를 구한다?…서브컬처 시장 노크하는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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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가 갤럭시를 구한다?…서브컬처 시장 노크하는 삼성전자

中 게임 '원신', 日 버튜버 그룹 '로후마오'와 연달아 컬래버
글로벌 시장·얼리 어답터 계층 공략…'GOS 논란' 정면 돌파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호요버스의 '원신'과 협업해 이미지 속 캐릭터 '감우'를 테마로 한 한정판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사진=원신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호요버스의 '원신'과 협업해 이미지 속 캐릭터 '감우'를 테마로 한 한정판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사진=원신 공식 유튜브
삼성전자가 IT 브랜드 '갤럭시' 홍보를 위해 서브컬처 콘텐츠들과의 접촉 밀도를 넓히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른바 '오타쿠' 계층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 수도 도쿄 시내 번화가 하라주쿠의 갤럭시 브랜드 숍에는 오는 5월 1일, 신제품 '갤럭시 Z플립4' 등을 체험하는 컬래버레이션 테마 공간이 열린다. 삼성전자와 함께하는 상대는 최근 골든디스크 신인상을 수상한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4인조 보이 그룹 '로후마오(ROF-MAO)'다.
로후마오는 지난해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스타트업 애니컬러에서 운영하는 버튜버 그룹 니지산지에 소속돼 있다. 버튜버는 실제 인간이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몸짓·표정 등을 실시간으로 모사하는 아바타를 내세워 방송 활동을 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풍 아바타를 활용해 최신 서브컬처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에서 버튜버와 접촉한 것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만 해도 스마일게이트·넥슨·카카오·MBC·농심·빙그레 등 여러 기업들은 물론 서울시 강서구청과 같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까지 버튜버를 선보여왔다.
해외에서도 일본·미국에서 여러 100만 구독 버튜버들이 활동하는 가운데 영국·독일 등 유럽은 물론 태국·멕시코·아르헨티나·칠레 등 다양한 지역에서 100만 버튜버들이 등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앞서 언급한 니지산지의 업계 라이벌 홀로라이브 소속 멤버 '코보 카나에루'가 제3세계 버튜버 중 처음으로 200만 구독을 달성해 큰 화제가 됐다.

삼성 갤럭시와 니지산지 '로후마오'의 컬래버레이션을 안내하는 이미지. 캐릭터는 니지산지 소속 버추얼 유튜버 '후와 미나토(왼쪽)'와 '카이다 하루'. 사진=애니컬러이미지 확대보기
삼성 갤럭시와 니지산지 '로후마오'의 컬래버레이션을 안내하는 이미지. 캐릭터는 니지산지 소속 버추얼 유튜버 '후와 미나토(왼쪽)'와 '카이다 하루'. 사진=애니컬러

서브컬처는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 나아가 이들과 유사한 소위 '카툰 그래픽' 캐릭터들이 중심이 된 콘텐츠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서브컬처를 직역하면 '하위문화'로, 문학·음악·영상 등 기존 대중문화와 비슷하나 그 역사가 짧고 보다 마이너한 계층이 즐긴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명칭이 붙었다.

삼성전자가 서브컬처 콘텐츠 시장에서 행보를 시작한 때는 일본 게임사 세가와 제휴했던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꾸준히 해외 게임의 국내 배급을 맡는 한편 2000년도에는 월드사이버게임즈(WCG) 주최, 게임단 운영 등 e스포츠 시장에서도 굵직한 행보를 보였다.

2010년도 들어서는 콘텐츠 시장에서 대부분 철수하며 이용자들에게 다소 잊혔으나, 2021년 들어 삼성전자 브라질 법인에서 3D 그래픽 여성 캐릭터 '샘(SAM)'을 선보이며 다시금 주목받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버추얼 어시스턴트 '샘(SAM)'.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의 버추얼 어시스턴트 '샘(SAM)'. 사진=삼성전자

샘은 본래 직원 교육 목적으로 기획된 캐릭터였으나 대외에 노출된 후 이른바 '삼성걸'이라 불리며 팬아트나 코스프레 이미지가 쏟아져나오는 등 인기를 끌었다. 이후 샘은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버추얼 어시스턴트'로서 일종의 마스코트 캐릭터로 활약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게임 행사 지스타에 참가해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와 컬래버레이션한 것 역시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호요버스는 2020년 9월 출시 후 지금까지 매출 최상위권을 점령한 3D 그래픽 서브컬처 게임 '원신'으로 유명한 업체다.

당시 지스타 호요버스 부스에선 원신의 인기 캐릭터 '감우'를 테마로 한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을 전시했는데, 해당 제품들은 이후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실제로 한정 판매됐다. 양사의 협업은 올 2월 신제품 갤럭시 S23이 출시될 때, 기기의 그래픽 성능을 알리는 영상 광고에 '원신'이 활용되는 형태로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23을 출시하며 선보인 영상 광고에서 게임 '원신'을 플레이하는 장면. 사진=삼성전자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갤럭시 S23을 출시하며 선보인 영상 광고에서 게임 '원신'을 플레이하는 장면. 사진=삼성전자 공식 유튜브

삼성전자의 친(親)서브컬처적 움직임은 글로벌 시장 공략 외에도 하드웨어 분야의 중요한 인플루언서인 이른바 '얼리 어답터(이른 이용자)' 계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서브컬처 마니아 중 상당수는 최신 영상 콘텐츠나 제작 기법 등에 해박하고, 자연히 이를 매끄럽게 구현할 수 있는 최신 기기에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 삼성전자의 파트너 호요버스가 슬로건으로 '기술 오타쿠가 세상을 구한다'를 내세운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의 서브컬처 시장 공략에서 숙제는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될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원신이나 버튜버 컬래버는 대체로 호평을 받고 있으나 일부 네티즌들은 "시장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훑고 이슈가 된 IP를 골라 마케팅에 이용하려는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비판이 제기되는 주된 원인은 지난해 2월 '갤럭시 S22' 출시 후 발생한 GOS(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 관련 논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스마트폰에 설치된 기본 앱인 GOS가 과도한 발열을 막기 위해 게임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형태로 기능한다는 점이 드러나 '성능 조작' 논란이 일어났고, 이후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이 거듭 사과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에 관해 한 IT업계 관계자는 "GOS 이슈는 현재 국내외에서 민사 소송이 제기되는 등 현재진행형으로 볼 수도 있는데, 원신 등 최신 콘텐츠와 함께하며 이런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도 없지 않을 것"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협업은 점점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