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 도쿄 시내 번화가 하라주쿠의 갤럭시 브랜드 숍에는 오는 5월 1일, 신제품 '갤럭시 Z플립4' 등을 체험하는 컬래버레이션 테마 공간이 열린다. 삼성전자와 함께하는 상대는 최근 골든디스크 신인상을 수상한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4인조 보이 그룹 '로후마오(ROF-MAO)'다.
일본에서 버튜버와 접촉한 것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만 해도 스마일게이트·넥슨·카카오·MBC·농심·빙그레 등 여러 기업들은 물론 서울시 강서구청과 같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까지 버튜버를 선보여왔다.
서브컬처는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 나아가 이들과 유사한 소위 '카툰 그래픽' 캐릭터들이 중심이 된 콘텐츠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서브컬처를 직역하면 '하위문화'로, 문학·음악·영상 등 기존 대중문화와 비슷하나 그 역사가 짧고 보다 마이너한 계층이 즐긴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명칭이 붙었다.
삼성전자가 서브컬처 콘텐츠 시장에서 행보를 시작한 때는 일본 게임사 세가와 제휴했던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꾸준히 해외 게임의 국내 배급을 맡는 한편 2000년도에는 월드사이버게임즈(WCG) 주최, 게임단 운영 등 e스포츠 시장에서도 굵직한 행보를 보였다.
2010년도 들어서는 콘텐츠 시장에서 대부분 철수하며 이용자들에게 다소 잊혔으나, 2021년 들어 삼성전자 브라질 법인에서 3D 그래픽 여성 캐릭터 '샘(SAM)'을 선보이며 다시금 주목받기도 했다.
샘은 본래 직원 교육 목적으로 기획된 캐릭터였으나 대외에 노출된 후 이른바 '삼성걸'이라 불리며 팬아트나 코스프레 이미지가 쏟아져나오는 등 인기를 끌었다. 이후 샘은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버추얼 어시스턴트'로서 일종의 마스코트 캐릭터로 활약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게임 행사 지스타에 참가해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와 컬래버레이션한 것 역시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호요버스는 2020년 9월 출시 후 지금까지 매출 최상위권을 점령한 3D 그래픽 서브컬처 게임 '원신'으로 유명한 업체다.
당시 지스타 호요버스 부스에선 원신의 인기 캐릭터 '감우'를 테마로 한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을 전시했는데, 해당 제품들은 이후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실제로 한정 판매됐다. 양사의 협업은 올 2월 신제품 갤럭시 S23이 출시될 때, 기기의 그래픽 성능을 알리는 영상 광고에 '원신'이 활용되는 형태로 이어졌다.
삼성전자의 친(親)서브컬처적 움직임은 글로벌 시장 공략 외에도 하드웨어 분야의 중요한 인플루언서인 이른바 '얼리 어답터(이른 이용자)' 계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서브컬처 마니아 중 상당수는 최신 영상 콘텐츠나 제작 기법 등에 해박하고, 자연히 이를 매끄럽게 구현할 수 있는 최신 기기에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 삼성전자의 파트너 호요버스가 슬로건으로 '기술 오타쿠가 세상을 구한다'를 내세운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의 서브컬처 시장 공략에서 숙제는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될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원신이나 버튜버 컬래버는 대체로 호평을 받고 있으나 일부 네티즌들은 "시장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훑고 이슈가 된 IP를 골라 마케팅에 이용하려는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비판이 제기되는 주된 원인은 지난해 2월 '갤럭시 S22' 출시 후 발생한 GOS(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 관련 논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스마트폰에 설치된 기본 앱인 GOS가 과도한 발열을 막기 위해 게임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형태로 기능한다는 점이 드러나 '성능 조작' 논란이 일어났고, 이후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이 거듭 사과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에 관해 한 IT업계 관계자는 "GOS 이슈는 현재 국내외에서 민사 소송이 제기되는 등 현재진행형으로 볼 수도 있는데, 원신 등 최신 콘텐츠와 함께하며 이런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도 없지 않을 것"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협업은 점점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