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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비전 인수로 몸 사리는 MS, 오피스·팀즈 '끼워 팔기' 멈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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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비전 인수로 몸 사리는 MS, 오피스·팀즈 '끼워 팔기' 멈추나

팀즈 라이벌 슬랙, 2020년 EU에 부정 경쟁 방지 소송 제기
'독과점 논란'에 한 발 빼는 MS…AI 사업에도 영향 불가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대표.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대표. 사진=로이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사무용 툴 MS365(구 MS 오피스)에 화상 회의 앱 팀즈를 더해 번들(묶음) 형태로 판매하는 것을 중단할 전망이다. 세계 각국 규제 기관서 반독점 문제로 조사받고 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건으로 인해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파이낸셜 타임즈(FT)는 현지시각 24일 업계 관계자 2인의 발언을 인용, "MS가 오피스 소프트웨어 상점에서 팀즈를 함께 판매하는 형태의 정책을 중단할 전망"이라며 "비즈니스 협업 툴 업계 라이벌 '슬랙'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이하 집행위)에 제기한 부당 경쟁 방지 관련 소송에 있어 타협을 선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MS는 현재 공식적으로 365를 판매할 때, 가장 저렴한 월 6달러(한국 기준 7500원) 요금제에 팀즈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반면 팀즈를 판매할 때는 이와 별도로 월 4달러(한국 기준 5000원)의 팀즈 단독 요금제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두고 슬랙 측은 2020년 "MS 365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악용, 보다 이용자 층이 적은 '팀즈'의 비즈니스 협업 툴 생태계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얻으려는 부당 경쟁 행위"라며 MS를 EU 집행위에 제소했다. '팀즈'를 끼워팔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지난 2013년, 윈도 OS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자동으로 지원하는 것이 이와 유사한 '끼워팔기'라는 이유로 MS에 5억6100만유로(약 8364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국내 규제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빅테크를 상대로 유사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2월 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에 '유튜브 뮤직' 구독 상품을 끼워 팔아 음악 시장을 독과점하려 한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진=MS 팀즈 공식 사이트이미지 확대보기
사진=MS 팀즈 공식 사이트

슬랙과의 공방전에서 MS가 양보를 선택한 것이 사실이라면, EU를 포함 세계 각국에서 독과점 문제로 조사 받고 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건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IT 전문지 레지스터는 지난해 12월 "액티비전 인수로 EU의 감시를 받고 있는 MS가 슬랙의 반 독점 제소를 두고 EU와 협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MS는 지난해 1월, 미국 대형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총 687억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브라질·세르비아·칠레·일본 정부가 이번 인수를 승인했다. 상당수 게임사들이나 노동업계 등도 이번 인수를 반대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행정법원에 인수를 취소하라는 취지의 소장을 제출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등 상원의원들도 인수를 우려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영국 경쟁시장국(CMA)과 EU 집행위 역시 1차 조사 결과 인수를 불허했으며 각각 이달 27일, 5월 22일 2차 조사 결과를 내놓을 전망이다.

MS 365와 팀즈의 번들 판매가 중단된다면 '챗GPT' 유행 이후 MS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생성형 AI 사업에도 소폭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MS는 365와 팀즈를 포함 사측의 비즈니스 툴 전반에 걸쳐 생성형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대표는 지난달 16일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오피스 툴에 차세대 AI 기술을 결합한 'MS 365 코파일럿(Copilot)'을 선보였다. 여기에는 오피스 툴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 오피스 도구를 팀즈와 연동, 화상 회의를 기록하거나 관련 자료를 즉각 작성하는 등의 기능도 포함됐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MS 측 대변인은 EU집행위의 부정 경쟁 관련 심사에 관해 "당사는 주요 IT 기업으로서 집행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집행위의 우려를 해결하고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