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를 위시한 내로라하는 글로벌 부호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개인 전세기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뜬 항공기 ‘6편 가운데 한편’ 개인 전세기
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의 유력한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는 이날 발표한 ‘2023년 글로벌 개인 전세기 시장’ 보고서에서 개인 전세기 운항횟수가 지난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한해 개인 전세기 운항횟수가 530만회에 달해 신기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개인 전세기를 이용한 출장건수가 이 정도였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미국 국적의 항공기를 사용하는 전세계 항공사에 대한 비행 승인 업무를 담당하는 미 연방항공청(FAA)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지구촌 하늘을 오간 항공기 6편 가운데 한편이 개인 전세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개인 전세기 시장 규모도 역대급으로 확대돼 지난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량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결과 지난 2000년 전세계적으로 운행된 개인 전세기는 9885대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중반 현재 2만3133대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20여년 사이에 개인 전세기 시장 규모가 133%나 급증한 셈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추세라면 개인 전세기 거래량이 올해 중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개인 전세기 가장 애용한 부호는 일론 머스크
보고서는 개인 전세기 시장이 이처럼 최고의 전성시대를 맞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는지도 들여다봤다.
그 결과 전세계 인구의 0.0008%에 해당하는 극히 소수의 글로벌 부호들이 개인 전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성별로는 남성, 연령으로는 50대 이상, 직업적으로는 금융업과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부호들이 개인 전세기의 주고객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의 중위 순자산은 최소 1억4000만달러(약 1900억원) 이상인 것으로 분석됐다.
개인별로 살펴본 결과 개인 전세기를 가장 애용하는 인물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머스크 CEO가 지난해 개인 전세기로 출장을 간 횟수는 171회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머스크는 6분만 걸리는 거리도 전세기를 타고 이동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출장 횟수에 비례해 머스크가 소비한 연료도 어마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 한사람이 지난 한해 소비한 항공유는 80만리터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혈세 낭비 비판도 나와…10% 양도세 부과 방안 거론
그러나 개인 전세기 이용자들의 공항 이용이 급증한데 비해 비용을 감당하는 몫은 매우 미흡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연방 정부기관인 FAA가 담당하는 항공관제 업무에서 개인 전세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17%로 급증한 상황이지만 FAA가 개인 전세기 소유주와 이용자들로부터 걷어들이는 세금은 고작 2% 증가하는게 그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개인 전세기가 공이라는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빈도는 역대급으로 증가했지만 공항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조달하는데 기여하는 정도는 매우 적다는 의미다.
미국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일반인들이 여객기를 타기 위해 사야하는 항공권을 통해 연방소비세 7.5%를 걷을뿐 아니라 공항이용료 4.5달러(약 6000원)까지 추가로 징수하는 방식으로 FAA 전체 예산의 70% 정도를 충당하고 있으나 개인 전세기의 경우 항공유에 붙는 갤런당 0.22달러(약 300원) 밖에 되지 않는 소비세가 전부라는 것.
보고서는 “이는 결국 일반 여객기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납세자들이 개인 전세기를 이용하는 극소수의 부호들의 출장 경비를 지원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개인 전세기의 탄소배출량도 논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여객기의 10배가 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따라서 개인 전세기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은 일반 여객기와 비교할 수 없이 많지만 누리는 혜택에 비해 부담하는 몫은 매우 적은 점을 감안해 중고 개인 전세기를 구입하는 경우는 10%(거래가 대비), 새 전세기를 살 경우에는 5%의 양도세를 물리자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