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상징되는 인공지능(AI)의 획기적인 진화에 발맞춰 IT 업체들이 앞다퉈 AI 기술 도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애플은 서두르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쿡 CEO만의 ‘느림의 경영철학’이 이목을 끌고 있는 이유다.
◇쿡 CEO “AI 문제는 신중하면서도 사려 깊게 접근하는 게 중요”
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경제전문 온라인매체 잉크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4일 열린 1분기 실적발표회는 실적 발표 내용 자체보다 쿡 CEO이 진행한 질의응답 내용에 더 큰 관심이 쏠린 분위기였다.
애플은 지난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했다고 밝혔으나 아이폰 매출이 1.5% 증가한데 힘입어 시장에서 당초 예상한 것보다는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쿡에 쏟아진 질문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끈 것은 최근 글로벌 경제계의 최대 화두로 급부상한 AI 기술에 대한 애플의 입장이었다. 질문은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애널리스트가 던졌다. AI의 향후 잠재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
이에 대해 쿡 CEO는 마치 준비했다는 듯 차분히 답변을 내놨다. 쿡의 답변 내용을 한마디로 간추리면 AI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면서도 사려 깊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바꿔 말하자면 이 문제는 자세히 살피지 않고 서둘러 접근할 문제가 결코 아니라는 얘기였다. 다른 업체들은 몰라도 애플은, 다른 기업들이 앞다퉈 AI 기술 도입에 나선다고 해서 애플까지 덩달아 춤을 출 생각은 전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잉크는 “쿡 CEO가 이날 밝힌 AI 기술에 대한 입장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스 CEO가 그동안 전력투구해왔던 메타버스 비전을 접고 AI에 무게중심을 둔 사업으로 갈아탈 것임을 시사하고 나선 것과 매우 대조를 이루는 신중한 행보”라고 전했다.
◇쿡 “인력 충원도, 정리해고도 신중하게”
쿡 CEO만의 ‘느림의 경영철학’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인력 감축 문제와 관련해서도 돋보인다는 지적이다. 알파벳, 메타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내로라하는 IT 대기업들이 대규모 정리해고에 잇따라 나선 상황이지만 애플은 비교적 조용하기 때문이다.
그는 4일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규모 정리해고는 최후의 수단으로 써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라 현재로서는 대규모 감원 계획이 없다”고 밝혀 당장은 대규모 감원에 나설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비절감책의 일환으로 소폭의 감원 가능성까지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IT업계에 불고 있는 정리해고 광풍에는 가세할 뜻이 없다는 얘기다.
쿡은 오히려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매우 신중하게 인력을 늘려온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면서 “종전처럼 큰 폭은 아니지만 소폭으로라도 채용을 이어가는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C는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대다수 IT 기업들이 코로나발 특수에 기대해 인력을 대폭 늘린 반면 애플은 인력 충원을 신중하게 한 바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