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튜버 특집] ① 서브컬처 넘어 주류로…버추얼 유튜버가 뜬다
[버튜버 특집] ③ '성공 사례 있는 새로운 도전'에 매료된 엔터업계
"팬레터를 보낸 사람은 물론 오프라인 팬 미팅 현장에도 10살 짜리 아이가 있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 할머니에게 내 피규어를 고쳐달라고 말했다더라."
일본의 현역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중 가장 많은 유튜브 채널 구독자(238만명)을 보유한 호쇼 마린(宝鐘 マリン)이 방송 중 한 말이다.
버튜버들의 방송에 10대 젊은 시청자들이 몰리는 현상에 있어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유명 버추얼 걸 그룹 '이세계 아이돌'이나 보이 그룹 '레볼루션 하트', '플레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2019년 4월 데뷔한 국내 버튜버 '아뽀키(APOKI)'는 유튜브(구독자 30만명)보다 틱톡에서 10배 이상 많은 450만명의 팔로우를 받는 '파워 틱토커'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쓰리와이(3Y)코퍼레이션이 영입한 '안케'도 12세 초등학생 팬이 있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안케와 호쇼 마린은 평소 낯 뜨거운 말도 서슴없이 하는 이른바 '매운 맛' 버튜버로서 20대 이상 성인을 주요 타깃으로 활동하고 있다.
호쇼 마린의 유튜브 멤버십에 가입했다 밝힌 한 대학생 시청자는 "자극적인 소재로 유명한 이들이지만 그림 실력이나 토크 방송에서 묻어나오는 진솔한 면모 등이 더욱 매력적이어서 방송을 계속 보고 있다"고 평했다. 마린을 처음 접한 계기로는 유튜브 쇼츠 영상을 꼽았다.
실제로 호쇼 마린의 인기 비결 중 하나로 유튜브 쇼츠를 통해 숏폼 영상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마린의 오리지널 곡 'I’m Your Treasure Box'는 틱톡 등 숏폼 영상 플랫폼에서 이른바 '댄스 챌린지'의 대상으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유튜브 쇼츠·틱톡과 더불어 3대 숏폼 영상 서비스로 꼽히는 인스타그램 '릴스'의 운영사 메타 플랫폼스는 최근 시청자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2023 트렌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63%가 "동영상 플랫폼 이상의 보다 발전된 온라인 소통 방식이 있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또 20대 이하 Z세대 응답자 중 84%가 "메타버스 아바타가 실제 인간의 외모를 반영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버튜버는 기술 발전으로 보다 쉽게 도전할 수 있게 된 새로운 방송 콘텐츠이면서도 실제 외모와 무관한 아바타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두 가지 니즈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아바타와 본체는 별개인 만큼, 숏폼 영상을 연기자와 별도로 제작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점도 콘텐츠 시장 공략에 있어 큰 강점이다.
앞서 언급한 플레이브가 소속된 블래스트의 이성구 대표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버튜버가 어필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Z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영상 콘텐츠를 봐왔고 이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성구 대표는 "인간은 자신이 익숙한 정보 습득 방식에 따라 미디어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바뀌는데, 밀레니얼(M) 세대가 글보다 많은 정보를 단기간에 전하는 사진·이미지에 익숙하듯 Z세대는 영상에 익숙한 세대"라며 "어린 게이머들이 유독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와 같은 초점이 자유로운 오픈 월드 게임에 열광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메타버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버튜버 등 가상 인플루언서 사업을 추진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기존 인방(인터넷 방송인) 문화에는 익숙할지 몰라도 틱톡·쇼츠 등에는 어두운 면이 있는 것 같다"며 "누가 먼저 숏폼 영상 시장의 활로를 뚫느냐가 국내 업계의 중요한 과제"고 전망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