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는 현재 회사의 간판 '디아블로' 시리즈 차기작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해외 평론 플랫폼 '메타 크리틱'에서 100점 만점에 90점대를 기록하는 등 사전 평가도 좋다. 평소 같으면 게이머들이 "신작 출시 앞두고 초치지 마라", "게임을 우습게 보는 거냐"며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공정위를 질타할 상황이다.
국민 게임사로까지 불렸던 블리자드가 어쩌다 이런 상황에 놓였는가. 많은 이들은 2018년 블리즈컨에서 블리자드가 모바일 신작 '디아블로 이모탈'을 발표한 후 PC 신작을 원했던 이용자들에게 "여러분은 스마트폰이 없냐"고 외쳤던 이른바 '님폰없' 사건을 떠올릴 것이다.
블리자드에게 있어 정말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개발·운영 역량 약화다. 2010년 말부터 시작된 일련의 악재 속에 개발진이 빠른 속도로 회사를 떠나고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빅테크들은 줄줄이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는데, 블리자드는 개발자를 구하고 싶어도 인기를 잃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스타크래프트 2'의 인기 모드 협동전 등 라이브 서비스 콘텐츠들의 업데이트가 공식적으로 중단되는가 하면, 올 초에는 중국 현지 파트너 넷이즈와의 협상 결렬로 중국 현지 서비스가 전부 중단되는 대형 악재마저 일어났다.
최근 게임스팟 보도로 시작된 '오버워치 2 PvE(Player vs Environment) 콘텐츠 축소 논란' 또한 이러한 현상의 연장선이다. 당초 2019년 예고했던 밀도 높은 PvE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방향성을 수정하겠다는 발표에 국내외 게이머들은 "기대하던 콘텐츠가 없어졌다"고 성토했다. 심지어 직원들 사이에서도 "회사가 부끄럽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이에 마이크 이바라 대표가 직접 나서 "방향성 변동일 뿐, 개발진을 신뢰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팬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블리자드가 오는 11월 3일, 4년 만에 블리즈컨을 정상 개최한다는 발표에도 시큰둥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일련의 논란은 결국 '게임사는 게임으로 말한다'라는 명제처럼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올 6월 7일 출시를 앞둔 '디아블로 4'는 본사의 지속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플레이할 것이다. 사측이 2022년 1월 예고한 오리지널 IP 기반 생존 게임 신작, 이른바 '오디세이' 또한 적지 않은 기대를 받고 있다.
'비난보다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란 말이 있다. 국민 게임사가 비난 받는 게임사로, '인기가 높지 않은 해외 게임사'로 몰락했다. 아직은 무관심한 이들보단 비판하는 이들이 많지만 언제까지 이것이 지속될까. 부디 골든 타임이 지나기 전에 기대의 차기작을 잘 완성시켜 다시 한 번 '국민 게임사'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