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 개발사는 넥슨의 자회사 넥슨게임즈다. 국내에서도 2022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인기상을 수상하는 등 적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으나, 특히 일본에선 같은 해 2월 출시된 후 2년 넘게 애플 앱스토어 매출 한 자릿수에 오르며 '대세 IP'의 저력을 보이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가 이렇게 인기를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이며, 향후에도 이런 인기가 이어질까. 실제로 블루 아카이브를 플레이하는 업계 관계자 4인에게 질의한 내용을 인터뷰 형태로 엮어봤다. 전원 익명을 요구해 가칭 A(30대 후반, 전직 게임 기자)·B(30대 초반, 현직 게임업계인)·C(20대 후반, 금융 직군 종사자)·D(20대 중반, 애니메이션 직군 종사자)로 칭한다.
블루 아카이브를 플레이한 계기는 무엇인가?
C: 김용하 총괄 프로듀서(PD)의 전작 '큐라레: 마법 도서관'부터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당시의 주요 개발진이 모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믿고 플레이하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B: 게임사 직원이다 보니 업계 현황 파악을 위해 대부분의 서브컬처 게임은 플레이해 본다. 블루 아카이브는 캐릭터 디자인이 너무 맘에 들었다. 특히 전투 화면의 SD 캐릭터를 워낙 잘 만들어놨다. 동종 장르 게임 중 전투 외 일러스트와 전투에 묘사된 캐릭터 사이의 간극이 가장 적고 위화감이 덜한 것 같다. 전투 자체도 나쁘지 않아 오랫동안 플레이할 유인이 생겼다.
A: '밈(인터넷 상에 유행하는 문구, 이미지, 노래, 영상 등)'을 활용한 것에 눈이 번쩍 뜨였다. 개인적으로 '닌자 슬레이어'란 소설의 팬인데, 워낙 마이너 감성의 콘텐츠다 보니 국산 게임이 이를 패러디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일본에서도 '청계천의 식인 대게' 같은 밈이 생긴 걸 보면 일본에서도 적지 않은 팬들이 이에 놀란 것 같다.
블루 아카이브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출했는지.
D: 아직 연차가 낮아 고과금을 하기엔 부담스러워 월정액 2종만 꾸준히 지출하고 있다. 다만 굿즈는 기회가 될 때마다 사러 다닌다.
C: 랭크 콘텐츠에 관심을 놓다 보니 월정액 2종 이상으로 지출할 일이 잘 없는 것 같다. 그와 별개로 넥슨게임즈를 투자 용으로 살펴보고 있다. 증권사 투자 리포트에 보면 중국에서 10위권에 올라갈 것이란 평도 있던데, 개인적으론 한자릿수 순위도 가능하리라 본다.
B: 여타 서브컬처 게임이 그렇듯 소위 '성능 픽(성능 좋은 캐릭터를 얻는 것)'을 하기 위해 다소 지출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월정액 2종(9900원+4900원)은 기본이고,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에는 월 3회 한정 구매 가능한 9만9000원 패키지를 모두 질러가며 돈을 모았다. 총 수백만원은 될 것 같다.
A: 컴퓨터를 게임용으로 산다고 가정했을 때, 본체 안에 들어갈 부품부터 모니터, 스피커 등 주변 기기까지 모두 톱3 안에 들어갈 브랜드 제품으로 맞출 수준의 금액이 들어갔다.
서브컬처 수집형 RPG로서 블루 아카이브의 특장점이 있다면?
C: 서브컬처 게임은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독창적 설정이나 갈등 구조가 필요한데, 작가들 중엔 독창성을 넘어 자기만의 세계에 가까운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갈등을 너무 질질 끌어 오히려 몰입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블루 아카이브는 설정을 납득이 가게 풀어내는 역량이 뛰어나고, 갈등 상황도 챕터마다 즉각적으로 해소돼 피로감이 느껴질 구간이 없다.
D: 게임은 물론 모든 콘텐츠에 있어 서사의 중요성은 '악역의 설득력'이라고 생각한다. 블루 아카이브의 악역은 대부분 그들이 악역이 된 이유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대가 역시 처절하게 지불해 그들이 아군이 될 때까지의 과정, 이른바 '세탁'을 잘한다.
B: 캐릭터를 만듦에 있어 '과한' 지점이 없다. 경쟁작들을 보면 캐릭터의 소인배적 면모가 세게 드러나거나, 장난꾸러기 캐릭터의 장난이 너무 과하거나 하는 식으로 '선을 지키지 못해' 비호감으로 전락하는 캐릭터가 자주 보인다. 블루 아카이브는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라면 모두 이 선을 철저하게 지킨다. 비호감 캐릭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블루 아카이브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구인지.
C: 미식연구회의 '쿠로다테 하루나'다. 오픈 첫날부터 뽑은 메인 딜러라 애착이 가는 면도 있거니와 맛집 탐방을 좋아한다는 점, 좋아하는 일이라면 무대포로 들이받는 캐릭터 등에서 동질감이 느껴졌다. 메인 스토리에서 나올 때마다 눈여겨 보게 되더라.
A: '닌자 슬레이어' 패러디의 정수가 담긴 캐릭터 '쿠다 이즈나'다. 원작 닌자 슬레이어에선 소위 '마법'에 가까운 기술을 쓰는 캐릭터는 하수고 체술이 닌자의 전부라는 설정이 있다. 이즈나도 마술에 가까운 '인법'을 쓰는데 실제로는 순수한 신체의 힘으로 이를 구현한 것이란 살정을 갖고 있다. 캐릭터 자체의 귀여움이나 성능은 덤이다.
블루 아카이브 개발자들에게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C: 올해 들어 요스타가 맡는 일본 서비스 버전에 비해 국내 현지화 콘텐츠가 다소 부족하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확실히 일본 현지 버전은 캐릭터 별 유튜브 영상 콘텐츠 등 각각의 매력을 알 수 있는 게임 외적 콘텐츠가 풍성한 것도 사실이고. 한국에도 캐릭터 별 게임 외 콘텐츠가 활성화된다면 좋을 것 같다.
A: 김용하 PD 등 운영진을 두고 '큐라레 시절엔 안 그랬는데 소통이 부족해졌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사실 오해에 가깝다. 원래 김 PD 사단은 능수능란한 스피커라기보단 스토리·캐릭터 제작 역량이 있는 개발·기획자에 가까웠다. 소위 "게임 개발자는 게임으로 말한다"는 표현에 걸맞다는 것으로 앞으로도 게임으로 잘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D: PC버전 클라이언트를 정식 출시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도 우회 경로를 통해 플레이하는 방법은 있지만, 모바일에만 최적화된 구성이다 보니 불편한 점이 많다.
B: 블루 아카이브를 1년 넘게 바라보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나도 언젠가는 이런 게임을 만드는 데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국내 현지화 문제 등 시끄러운 부분도 있지만 논란 거리가 아예 없는 게임 운영이란 이상향이 아니겠나. 개발진이 가진 장점이 회사 외적 문제로 실추되는 '사고' 없이 롱런하길 바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