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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굿바이 싱가포르, 헬로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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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굿바이 싱가포르, 헬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국외거주자들, 고물가에 말레이시아‧베트남 등 인근 지역으로 이동 추세

고층빌딩이 빼곡한 싱가포르 중심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고층빌딩이 빼곡한 싱가포르 중심가. 사진=로이터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외 거주자의 천국으로 통했던 싱가포르에서 국외 거주자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외국민으로 불리는 국외 거주자는 자신의 국적은 유지하면서 해외에서 장기간 거주하는 사람을 말한다.

싱가포르와 접해 있으면서 물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저렴한 말레이시아로 거처를 옮기는 국외 거주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새로운 둥지를 찾아야 할 정도로 싱가포르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최근 들어 싱가포르 뜨는 국외 거주자 눈에 띄게 증가

22일(현지 시간) 중동권 유력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국외 거주자 가운데 싱가포르를 떠나는 경우가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

싱가포르에 비해 물가가 매우 저렴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으로 거처를 옮기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자지라는 “아직 싱가포르 정부의 공식 집계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들도 싱가포르의 물가가 지나치게 오른 탓에 직원들을 싱가포르 주변의 물가가 낮은 국가로 전근시키는 경우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의 구인·구직 중개업체인 마이클 페이지 말레이시아의 닉 체임버스 이사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영어가 통하는 나라인데다 투자 환경 측면에서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다국적 기업,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업체들은 가능하면 싱가포르에 임직원을 두고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심화되고 있는 고물가 탓에 인근 국가로 인력을 옮기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집값‧월세 얼마나 올랐나


실제로 글로벌 부동산 중개업체 세빌스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주택가격은 지난해 무려 26%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이는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는 물론 미국 뉴욕의 주택가격 증가율보다 배나 높은 수준이라고 알자지라는 지적했다.

같은 맥락으로 싱가포르 도시개발청(URA)이 발표한 집계에서도 싱가포르의 평균 월세 역시 지난해 30%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5년 사이에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세계적인 도시부동산 연구단체인 도시토지연구소(ULI)가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집값을 분석해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서도 싱가포르의 집값은 올해 기준으로 세계 5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싱가포르의 집값은 지난해 조사에서는 세계 15위 수준이었으나 올 들어 5위로 껑충 올랐다. 그만큼 물가가 치솟았다는 뜻이다.

앞서 세계적인 인력조사 컨설턴팅업체인 ECA인터내셔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싱가포르는 국외 거주자들이 살기에서 전 세계에서 여덟째, 아시아에서 둘째로 비싼 지역으로 평가된 바 있다.

◇싱가포르 “월세 급등세 머잖아 진정될 것”


그러나 싱가포르 정부는 집값 급등세가 머잖아 진정될 것이라며 국외 거주자의 천국으로 통하는 싱가포르의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다.

싱가포르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경영전문대학원인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이 지난해 기준으로 조사한 국가별 세계 인재 경쟁력지수에서 스위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이 뒷받침하듯 여전히 고급 인재들이 몰려드는 대표적인 도시라는 게 싱가포르 정부의 시각이다.

싱가포르 국가개발부(MND)와 경제개발청(EDB)은 최근 낸 공동성명을 통해 “지난해 싱가포르의 월세가 급등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건설업계가 크게 위축된 것과 관련이 있다”면서 “코로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친 충격파가 앞으로 줄어들면서 월세 시장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