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단계 과정에서부터 거센 논란에 휩싸였으나 영국이 결국 지난 2016년 6월 23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결정, 즉 브렉시트를 강행한 지 7년이 흘렀다.
갑작스런 브렉시트 시행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EU와 협상을 거쳐 실제 발효된 것이 지난 2021년 1월이었으므로 시행에 들어간 것을 기준으로 보면 2년 반이란 세월이 지났다.
국민투표를 기준으로 7년이 흐른 브렉시트를 선택한 것에 대해 영국 국민은 현재 어떤 입장일까. 만족하고 있을까 후회하고 있을까.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최근 영국민을 대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는 영국의 미래를 우려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브렉시트를 중단하고 EU로 복귀해야 한다는 여론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2016년 국민투표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브렉시트는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영국에 전혀 실익이 없는 선택이었다고 믿는 영국 국민이 그사이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영국민 10명 중 6명 “브렉시트 중단하고 EU 재가입해야”
유고브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 참여한 영국민의 58.2%가 “지금 다시 브렉시트 지속 여부에 관한 국민투표가 열린다면 EU 복귀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고브가 지난 2월 실시한 똑같은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가 같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브렉시트를 중단하고 EU에 복귀하자는 여론은 지난 2021년 초 실시된 조사에서 47%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 적도 있으나 그사이 60%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여론이 크게 달라진 셈이다. 2021년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영국인은 51.9%, 반대표를 던진 영국인은 48.1%였다.
지난 2012년부터 브렉시트에 관한 여론조사를 벌여온 유고브는 “60% 안팎으로 브렉시트 중단 및 EU 복귀를 희망하는 여론이 늘어난 것은 2016년 국민투표 실시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응답자의 51%는 회의론이 크게 늘어난 것과는 별개로 “현실적으로 가까운 미래에 브렉시트를 중단시키고 EU에 재가입하는 것은 난망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브렉시트 찬성파 중에서도 ‘브렉시트 잘했다’는 의견 18% 불과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민의 회의론은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 ‘브렉시트는 성공작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영국민의 응답에서 더 확연히 드러난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퍼블릭퍼스트가 벌인 이 조사에 참여한 영국민 가운데 2016년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국민을 대상으로 브렉시트는 성공작이라고 보는 지 물은 결과 “그렇다”고 답한 브렉시트 지지자가 1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서다.
근소한 차이로 브렉시트를 국민투표에서 가결시킨 브렉시트 찬성파 사이에서도 18%만 브렉시트에 만족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뜻이다.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영국민의 약 58%가 브렉시트의 여파로 영국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2021년 조사에서는 50%였던 것이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EU 회원국 국민, EU 체제 만족도 높아
또 유고브는 이번 조사에서 영국민 외에 EU 회원국 국민에 대해서도 영국처럼 EU 탈퇴를 안건으로 국민투표가 열린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그 결과 회원국 사이에서 차이는 있었지만, 탈퇴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EU 체제에 대한 만족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스페인 국민의 87%가 EU 탈퇴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혀 가장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고 덴마크 국민의 79%, 스웨덴 국민의 70%, 독일 국민의 69%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프랑스 국민의 62%와 이탈리아 국민의 63%가 EU 탈퇴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비율이 적었으나 영국민 대상 조사에서 나타난 ‘반브렉시트’ 여론에 비하면 여전히 높았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