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급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그룹이 26일(현지시간) 어두운 주가 전망을 드러냈다.
장 초반 호재로 주가가 15% 가까이 폭등했지만 오후 장으로 접어들면서 호재의 파급력이 약화하면서 고작 1.5% 오르는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주가를 15% 끌어올릴 정도의 호재도 하루를 버티지 못할 정도로 루시드에 드리운 그림자가 짙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제임스 본드가 타는 전기차
배런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루시드는 영국 고급 스포츠카 업체 애스턴 마틴에 전기차 기술과 부품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루시드는 애스턴 마틴에 모터를 비롯한 전기차 관련 인프라와 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1억4200만달러, 애스턴 마틴 지분 약 3.7%를 받기로 했다.
앞으로 애스턴 마틴이 만드는 전기차에 루시드의 전기차 기술과 부품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애스턴 마틴 자동차는 영국 스파이 영화 007에서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가 즐겨 타는 자동차다.
007 영화에서 루시드 전기차 기술이 들어간 애스턴 마틴 전기차가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다.
주가 폭등 뒤 상승분 대부분 반납
애스턴 마틴에 기술과 부품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투자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루시드 주가는 오전 장에서 전거래일 마감가 대비 0.81달러 오른 6.28달러까지 올랐다. 상승률로는 14.8%에 이르는 폭등세다.
그러나 수직 상승하던 주가는 하락과 상승을 거듭하면서 서서히 상승분을 까먹기 시작했다.
오후 2시에는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이 마감까지 지속된 끝에 루시드는 결국 0.08달러(1.46%) 오른 5.55달러로 마감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시간외 거래에서는 다시 0.21달러(3.78%) 급등한 5.46달러로 오르기는 했지만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은 루시드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상당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루시드는 올들어 19% 하락했고, 지난 1년 동안을 기준으로 하면 72% 폭락했다.
부족한 현금 못 채워
루시드 주가가 초반 폭등세를 기록한 것은 투자자들이 이번 협력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후 주가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는 것은 이번 제휴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는 하겠지만 단기적으로 루시드의 자금난 숨통을 터줄 만한 정도의 영향은 없다는 판단을 투자자들이 내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WSJ은 내연기관을 발명한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오랫 동안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애스턴 마틴이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기술제휴 대상으로 루시드를 택한 것은 루시드가 새로운 사업기회를 구축할 기회를 잡았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루시드가 다른 자동차 업체들에 전기차 기술과 부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됐기 때문에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새 장을 연 셈이다.
다만 규모가 크지 않아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루시드 상황을 일거에 뒤집을 만한 대형 호재는 아니라는 판단을 투자자들이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루시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루시드 전기차는 한 번 충전에 약 800km 넘게 달려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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