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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은 젊은 세대 소통창구니까"…라이엇이 '문화재 지킴이'에 걸맞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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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은 젊은 세대 소통창구니까"…라이엇이 '문화재 지킴이'에 걸맞은 이유

'2023 게임정책 세미나'에서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구기향 총괄 발표
10년 넘게 문화재청과 협업 이어가…문화재 환수·청소년 교육 등 지원

지난해 영국에서 한국으로 환수된 문화재 조선왕실 보록.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가 환수 작업을 지원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영국에서 한국으로 환수된 문화재 조선왕실 보록.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가 환수 작업을 지원했다. 사진=연합뉴스
석가삼존도·조선왕실 보록 등 6종의 국외 문화재 국내 환수. 4대 고궁 등 문화재 보존 활동. 취약 무형 문화재 지원. 청소년을 위한 '문화유산 원정대' 출범.

한국의 전통 문화 수호를 위해 대한민국 문화재청 등 공공기관과 협력해 앞서 언급한 활동들을 10년 넘게 이어가는 게임사가 있다. 그 주인공은 국내 유수의 게임사가 아닌 해외 게임사의 지사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다.
서울 동대문 라마다 호텔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연 '2023 게임정책 세미나'에서 연사로 나선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사회환원사업 총괄은 "젊은이들을 위한 문화 활동의 장, 소통 창구인 게임을 운영하는 회사로서 사회 기여 활동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활동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라이엇 게임즈를 대표하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는 본사 소재지인 미국에선 2009년 10월, 한국에선 2011년 12월 서비스를 개시했다. 국내 최대 e스포츠 종목이자 인기 게임인 것은 물론, 클라이언트 상에 친구·채팅창이 포함돼 게이머들 사이에선 국민 메신저 앱 카카오톡에 빗대 '롤톡'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구기향 총은 "2010년대 초중반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역사가 암기 과목으로 전락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옛 문화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던 시기"라며 "LOL 등 게임들은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되는 게이머들을 위한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만큼, 이러한 장을 갖춘 게임사에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더 쉽게 귀를 열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사회환원사업 총괄 이사가 2023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정책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사회환원사업 총괄 이사가 2023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정책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LOL 국내 서비스 개시 직전인 2011년 6월 설립됐다. 그 이듬해 문화재청과 '문화재지킴이' 협약을 맺고 '소환사 문화재지킴이 탐방' 프로그램 운영을 공식적으로 개시했다.

국외 문화재 환수 활동으로는 2014년 석가삼존도를 필두로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족책·항일의병장 척암선생문집책판·중화궁인·백자이동궁명사각호·조선왕실 보록 등 총 6종의 환수를 지원했다. 이 외에도 국내 문화유산은 물론 무형 문화재 보존 등을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구기향 총괄은 "무형문화재 안에서도 전승이 어려운 '취약계층'이 있어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 외 추가적인 지원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인재 교육은 물론, 문화재 관련 업무를 원하지만 이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인재들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까지 다각도로 공헌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오랜 기간 문화유산 관련 활동을 이어왔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상대적으로 최근이다. 구 총괄은 "공헌이 마케팅 수단이 선 안된다는 판단에 숨기려는 노력도 했었다"며 "문화재 환수 등 구체적 활동을 지원하려는 의지가 있으나 이를 실천하기 어려워하는 업체들도 있다는 점을 알게 돼 노하우를 나누고 활동 개시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사회환원사업 총괄 이사가 2023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정책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사회환원사업 총괄 이사가 2023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정책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

문화 유산 보호 활동에 있어 구 총괄은 '주도적', '복합적', '장기적' 3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녀는 "단순 기부를 넘어 실질적인 활동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국외와 국내 등 다각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문화재 환수 프로젝트나 인재 교육 등 장기간의 사업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에도 빠짐 없이 참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올 초 한국의 문화재를 체험하는 프로그램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를 공식 출범했다. 2019년 이후 코로나로 중단됐던 '소환사 문화재지킴이 탐방'의 후신으로, 올해는 낙산 타악기 공연·서촌 미식 탐방 등 두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티모'는 LOL에서 5:5 팀 게임에 있어 직관적인 강함보단 전장을 넓게 쓰는 운영에 특화된 챔피언이다 보니 이용자들에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세미나 발표 후에는 티모를 왜 마스코트로 정했냐는 질문이 나왔다.

구기향 총괄은 "한국형 챔피언 '아리'나 한국인을 상징하는 '샤코'와 같은 캐릭터들도 있었다"면서도 "티모를 두고 '외모는 좋은데 게임에서 만나면 싫어'란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만큼 친근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이 외에도 과거 본사 차원에서 운영한 지역 별 탐방 행사 '티모 원정대'와의 연결성도 고려해 티모를 마스코트로 선정했다"고 답변했다.

올 3월 25일 출범한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 1기 참가자들의 모습. 사진=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올 3월 25일 출범한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 1기 참가자들의 모습. 사진=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LOL은 e스포츠 종목은 물론 인터넷 개인 방송에서도 주요 콘텐츠로 활용된다. 개인 방송의 후원 문화와 연계된 기부 활동 등이 가능할까 묻자 구 총괄은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이지만, 단기간에 스트리머들과 연계한 사회공헌 활동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며 말을 아꼈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에서 2012년 이후 10년간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위해 6억원에서 8억원을 기부해왔다고 밝힌 구 총괄은 "회사 차원의 기부금 출원이나 게임 자체와 연계된 기부 활동 등도 이뤄지고 있는데, 스트리머 생태계까지 이를 확대하가는 것은 조금 더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구 총괄은 '문화재 지킴이' 활동이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내에서 "이만큼 보람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무엇보다 '놀이 문화'에 함께하며 지지를 보내주는 게이머들이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라며 "7번째 국외 문화재 환수, 누적 기부금 100억 돌파 등 지속적으로 문화재 지킴이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