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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과자 내렸더니 오르는 수입맥주·유제품…‘두더지 잡기’ 된 물가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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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과자 내렸더니 오르는 수입맥주·유제품…‘두더지 잡기’ 된 물가대책

농심 이어 삼양식품·오뚜기·팔도 라면 가격 연달아 인하…롯데웰푸드·해태제과 일부 과자가격 인하도
라면·과자 가격 내렸지만 수입맥주·캔커피·아이스크림·치즈 등 줄줄이 인상 예고…본질적 대책 요구 목소리 커져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 사진=김성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 사진=김성준 기자
정부가 밀가루값 잡기에 나서는 등 압박을 이어가자 라면업계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가격 인하에 나섰다. 하지만 그사이 치즈·아이스크림 등 유제품과 수입맥주 가격이 오르면서 정부의 물가 대책이 ‘두더지 잡기’가 된 모양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7월 1일부터 라면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한다고 밝혔다. 팔도도 라면 11개 품목을 평균 5.1% 인하를 결정했다. 같은 날 롯데웰푸드와 해태제과도 일부 과자 제품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전날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을, 삼양식품은 라면 12개 품목을 대상으로 가격 인하를 결정한 바 있다.
라면 가격이 인하된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식품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18일 추경호 부총리가 “기업들이 라면값을 내렸으면 한다”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소비자단체가 정부 행보에 동참하며 기업들의 가격정책을 비판하고, 정부가 제분업계와 간담회를 갖는 등 밀가루값을 두고 압박 수위를 높여가자 식품업계도 결국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농심을 시작으로 라면·제과 업계에서 가격 인하가 이어지자 아직 가격을 내리지 않은 업체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원가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정부 눈치를 안 볼 수도 없어 가격 인하 제품의 범위와 인하폭을 두고 고심하는 것.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앞서 가격을 내리기로 한 업체들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원부재료 가격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에 불과한데 밀 가격만 놓고 가격 인하를 판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라면·제과 업계의 가격 인하 움직임을 이끌어냈지만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라면이 대표 서민 음식이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실제 가계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라면·밀가루 가격을 억누르는 사이 치즈와 아이스크림, 수입맥주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기도 했다.

당장 업체들이 라면·과자 가격을 내리기로 한 7월부터 편의점 수입맥주 4캔 묶음 판매가가 11000원에서 12000원으로 9.1% 오른다. 하이네켄 등 수입맥주 공급업체들이 물류비와 환율 등을 이유로 공급가를 올렸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스크류바 등 아이스크림과 커피류 제품도 각각 최대 25%, 최대 9% 오를 예정이다. 매일유업도 원가 부담을 이유로 다음 달 1일부터 치즈 등 가격을 최대 15.6% 올리기로 했다. 게다가 유제품의 경우 원유 가격 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마트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라면값이 50원 내려봤자 라면을 끓이는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은 올랐는데 무슨 소용이냐”면서 “다른 데서 워낙 많이들 오르다 보니 되레 조삼모사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도 “뭐라도 하나 내린다는 소식이 반갑긴 하지만 식당이나 배달음식 가격이 1000원, 2000원씩 올라서 별로 체감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물가 전반을 통제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이는 가운데 식품업계에 대한 정부 정책이 너무 강압적이라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무조건 가격을 억누르기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원가 절감 요인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가 부담 문제를 외면하고 가격만 억누르면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이 추후 더 큰 폭의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있다.

특히 수입맥주 가격 인상을 두고 주류업계에서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산맥주는 올해 초 원가 부담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동결했지만 정작 주류세는 인상되면서 손실을 온전히 떠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세는 물가연동제와 비례해서 늘어났는데도 정부에서 해준 것은 세금 증가분을 알려준 게 다였다”라며 “올해 초에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히긴 했지만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 요인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