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저출산 추세 속에서도 미국의 인구가 지난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인구조사국이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내용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의 인구는 지난해 중반 기준으로 3억3320만명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과 비교하면 0.4% 증가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 자체의 요인 때문에 소폭이나마 늘어난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자의 증가가 전체 인구의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아시아계 이민자의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 출신 이민자의 대규모 유입이 없었다면 미국 인구는 오히려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백인 인구는 크게 준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계 인구 증가 가장 두드러져
2일(현지시간) 악시오스에 따르면 특히 아시아계, 하와이 원주민을 비롯한 퍼시픽아일랜더, 히스패닉계의 증가율이 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퍼시픽아일랜더는 태평양의 3대 문화권인 폴리네시아, 멜라네시아, 미크로네시아에 속한 인종을 가리키는 말로 하와이 원주민은 폴리네시아계다.
악시오스는 특히 아시아계의 인구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지난 2000년과 비교하면 105%나 증가해 2400만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퍼시픽아일랜더계 인구도 120.3% 증가했으나 규모 자체는 약 878만명에 그쳤다.
히스패닉계 인구도 80.3% 증가해 약 6400만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계 이민자가 인구 증가 사실상 주도
그러나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의 인구가 지난해 0.4% 증가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은 57만7000명에 달하는 이민자가 새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계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아시아계 이민자의 증가율도 2.4%나 됐기 때문이다.
악시오스는 “2.4%라는 증가율은 어느 소수인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압도적으로 높은 증가율”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계 이민자의 급증이 사실상 미국 인구의 증가를 주도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아울러 지난해 기준으로 아시아계 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을 조사한 결과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 킹카운티가 2만1500명으로 미국 전체에서 으뜸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히스패닉계 증가도 주목
히스패닉계의 증가세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전체 인구를 인종별로 살핀 결과 히스패닉계의 비중이 19.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압도적으로 많은 백인과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였으나, 흑인이 차지하는 비중 13.6%는 크게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히스패닉계가 백인 다음으로 지배적인 인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아시아계의 비중은 6.3% 수준이었다.
특히 미국 내 주요 지역을 조사한 결과 남부 텍사스주의 히스패닉계발 인구 변화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850년 이후 텍사스주 인구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백인이 지난해 처음으로 히스패닉계에 밀린 것으로 집계돼서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텍사스주의 지난해 7월 기준 히스패닉계 인구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40.2%에 달했다. 백인 인구의 비율은 39.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