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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권리 지킨다"는 구글, 저작권 침해 짝퉁 앱엔 '눈뜬 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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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권리 지킨다"는 구글, 저작권 침해 짝퉁 앱엔 '눈뜬 장님'

몇 년째 계속되는 IP 무단 도용…소비자, 원작자 피해 '눈덩이'
플레이스토어 대응은 '밍그적'…허술한 감시망에 '꼼수' 빈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앱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싸이런픽쳐스 '오징어게임'과 이너슬로스 '어몽어스', 크래프톤 '펍지: 배틀그라운드',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의 IP를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앱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싸이런픽쳐스 '오징어게임'과 이너슬로스 '어몽어스', 크래프톤 '펍지: 배틀그라운드',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의 IP를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크래프톤의 온라인 슈팅 게임 '펍지: 배틀그라운드', 넥슨 싱글 플레이 어드벤처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 세 콘텐츠는 모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소비자와 평론가의 호평을 두루 받으며 '한류'를 대표하고 있다. 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짝퉁 게임'이 버젓이 서비스되고 있는 '지적 재산권 침해' 피해자라는 한 가지 공통점을 더 갖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짝퉁'의 온상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닌텐도의 '포켓몬스터'가 대표적인 피해자로, 2010년 중반부터 꾸준히 중화권 개발사 중심으로 IP 도용 게임들이 지속 출시돼 왔다. 이들 중에는 심지어 '서머너즈 파월'이란 이름으로 IP는 포켓몬, 명칭과 핵심 콘텐츠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를 베낀 게임도 있었다.

앞서 언급한 '오징어 게임'의 경우 사람들이 죽는다는 면에서 공통분모가 있는 미국 유명 인디 게임 '어몽어스'의 IP도 함께 도용한 앱이 여럿 발견됐다. 게임 외에도 올 초 AI(인공지능) 챗봇 '챗GPT'가 유행하자, 해당 이름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도용한 짝퉁 앱이 대거 출시돼 소비자들의 혼란을 일으킨 사례도 있다.
신원 불명의 개발자 'MasahedeSuan'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했던 포켓몬스터 짝퉁 게임 '서머너즈 파월'의 이미지. 해당 게임은 서비스가 중단됐으나 이후 '포켓마블', '포켓로얄' 등 여러 이름으로 재차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됐다. 사진='스마트한 순대' 티스토리이미지 확대보기
신원 불명의 개발자 'MasahedeSuan'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했던 포켓몬스터 짝퉁 게임 '서머너즈 파월'의 이미지. 해당 게임은 서비스가 중단됐으나 이후 '포켓마블', '포켓로얄' 등 여러 이름으로 재차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됐다. 사진='스마트한 순대' 티스토리

짝퉁이 성행하는 원인은 거두는 수익에 비해 '법적 조치'에 따른 위험은 적다는 데 있다. 앱을 실행한 후 이용자가 광고를 시청하면 이에 따라 개발자가 수익을 정산받는다. 게임 내 콘텐츠를 유료로 구매하는 과금 기능이 있는 앱도 적지 않으며, 일부는 아예 대가를 주는 척 과금을 유도하거나 계정 정보를 유출하는 등 '사기'까지 시도한다.

'불법 행위'의 결과로 리스크를 지는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다. 국내 앱 마켓에 출시된 짝퉁 게임은 대부분 중화권 혹은 해외의 업체들이다. 구글이 명시한 개발자 정보를 살펴보면 법인명도 없는 개인 프로그래머, 심지어는 이메일 계정조차 표기하지 않은 이들도 있다.

자연히 IP를 도용당한 원작자나 소비자들이 이들을 상대로 국내법 때로는 국제법으로 소송을 걸고자 해도 실제로 책임을 물리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규제 당국이나 플랫폼이 서비스를 사전 차단하거나, 빠르게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만이 현실적인 대응 방안으로 꼽힌다.

앱 시장을 관리하는 의무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있다. 그러나 1년에 수백만 개씩 출시되는 앱을 정부가 완전히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 실질적으로는 자체등급분류제도 등을 통해 앱 마켓에 1차로 대응할 책임과 함께 자율권을 쥐여주고 정부 부처는 2차 대응, 감시 역할을 맡고 있다.

사진=구글 공식 블로그이미지 확대보기
사진=구글 공식 블로그

구글의 안드로이드OS는 2021년 기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점유율 84.4%를 차지하고 있다. 자연히 광고를 보고 과금을 해줄 이용자 수가 필요한 짝퉁 앱 개발자들은 대부분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대상으로 움직인다.

플레이스토어 정책 공지를 살펴보면 구글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앱은 허용되지 않는다", "의심되는 사항에 신고하면 이에 대응한다"고 명시해뒀다. 그러나 실제로는 짝퉁 앱이 인기, 매출 순위 상위권에 노출된 후에야 늑장 대응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앞서 거론된 '데이브 더 다이버'의 원작사 넥슨은 짝퉁 앱 대응 방안에 관해 문의하자 "당사 저작권 보호 IP의 불법적 이용을 확인하고 앱 마켓 쪽과 협의해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이 짝퉁 앱은 7월 17일 현재까지도 버젓이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 외에도 짝퉁 앱 중에는 1년 넘게 서비스를 이어온 앱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신고를 받아 서비스가 중단된 후 제목·퍼블리셔명을 바꿔 다시 등록하는 '꼼수'를 쓰는 경우도 더러 있다. 플랫폼 차원에서 기껏 불법 앱을 내려놓고 정작 앱 등록 심사 과정에선 같은 불법 앱을 걸러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 일본 네티즌이 유튜브에 게재한 포켓몬스터 짝퉁 게임 '포켓트레이너 DX'의 영상. 개발사는 중국 소재 '판야(Fanya) 게임'이나, 영상 제목은 이러한 설명 없이 '한국의 신작 앱'이라고만 명시돼 있다. 사진=유튜브 '覇権ゲーム探しの旅(패권 게임을 찾는 여행)'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한 일본 네티즌이 유튜브에 게재한 포켓몬스터 짝퉁 게임 '포켓트레이너 DX'의 영상. 개발사는 중국 소재 '판야(Fanya) 게임'이나, 영상 제목은 이러한 설명 없이 '한국의 신작 앱'이라고만 명시돼 있다. 사진=유튜브 '覇権ゲーム探しの旅(패권 게임을 찾는 여행)' 채널

짝퉁으로 발생한 피해는 구글이 아닌 소비자와 원작자의 몫이다. '데이브 더 다이버' 짝퉁 앱에는 "뉴스를 뿌려 놓고 이딴 게임을 냈다"며 애꿎은 IP 도용 피해자 넥슨을 비난하는 리뷰가 여럿 보인다. 앞서 언급한 '포켓몬스터' 짝퉁 앱의 경우, 해외 네티즌들이 원작사가 아닌 서비스 지역 한국을 두고 "짝퉁 천국"이라 비난하는 등 국가 단위 이미지 손실 사례도 발견된다.

국내 한 게임 개발자는 "게임사로부터 결제 수수료 30%씩 받고 입점 방해 등 갑질까지 하면서 정작 저작권은 보호해주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4월, 구글이 국내 게임사들에게 마케팅 우대 등을 미끼로 플레이스토어 독점 출시를 요구한 정황을 파악, 421억원대 과징금과 시정 명령을 부과했다.

정치권에서도 추가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 이상헌 의원실은 '짝퉁 앱' 논란에 관해 "신고를 접수한 앱 마켓의 늦어지는 처리 속도에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개발사에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플랫폼이 정작 저작권 보호에 소홀하다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