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굴러가는 이동 수단은 자동차 소비자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안으로 전기차가 부상해 전 세계적으로 보급률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자전거 세계도 전기자전거 열풍이 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친환경적인 이동 수단일 뿐 아니라 종래의 자전거에 비해 굴리는 것이 매우 편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임에도 소비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글로벌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의 규모는 오는 2030년께 600억달러(약 76조400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폭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가 전기자전거 시장까지 넘볼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머스크 “언젠가 전기자전거도 만들 수 있을 것”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자전거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다만 머스크는 진작부터 전기자전거 시장에 대한 관심이 없지 않다는 점은 밝힌 바 있다. 지난 2018년 ‘리코드 디코드’라는 이름의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언젠가 테슬라가 전기자전거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슬라 입장에서 전기자전거 시장에 관심을 쏟을만한 이유가 갈수록 추가되는 양상이다.
가장 큰 것은 미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자전거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미국 최대 완성 자전거 제조업체인 트렉을 비롯해 상당수 자전거 관련 기업들이 전기자전거를 생산하고 있으나, 공장은 거의 대부분 중국이나 대만을 비롯해 해외에 두고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자전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산 자전거에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입 전기자전거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전기자전거를 생산하는 미국 기업들 입장에서도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할 만한 이유가 커졌으나, 쉽사리 이전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미국 기업이 미국에서 전기자전거를 만드는 방안을 쉽게 추진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자체적인 공급망과 숙련된 생산직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거나, 그 과정에서 새로운 투자가 필요한 점이 크게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수직계열화 이룬 테슬라, 전기자전거 시장 진출도 용이
그러나 15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테슬라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전기차 제조업계는 물론 전 세계 제조업계를 통틀어 테슬라처럼 제조 단계부터 판매 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기업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데 활용해 온 물적 토대로 노하우가 튼튼하기 때문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테슬라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뿐만 아니라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 배터리까지 자체 개발해 생산하는 기업이란 점도 테슬라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한, 다른 기업들은 감히 넘어서기 어려운 장점이다.
글로벌 경제계를 대표하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머스크가 지휘하는 기업인만큼 테슬라가 전기자전거 사업에 뛰어든다면 기존 자전거 제조업체들이 시도하지 못한 혁신적인 기술을 어떤 식으로든 내놓을 가능성도 크다고 일렉트렉은 내다봤다.
◇미국 자전거 소비자들과 테슬라
화성 유인 탐사 프로젝트까지 추진하고 있는 머스크가 마음만 먹으면 전기자전거 시장 진출은 크게 어렵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머스크의 시선을 충분히 끌 만한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전기자전거 시장 조사업체 바이크오르그(eBikes.org)가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자전거 소비자 101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테슬라가 전기자전거도 만들기를 바라는 여론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바이크오르그는 아직 전기자전거를 만들지 않은 전 세계 유명브랜드 69개를 제시하면서, 앞으로 전기자전거를 만들기를 바라는 브랜드를 꼽아달라고 물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으뜸을 차지했고, 세계 최대 전자업체 애플과 영화 제작사 마블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돈을 가장 많이 주고 전기자전거를 사고 싶은 브랜드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테슬라가 2254달러(약 286만원)를 기록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테슬라가 전기자전거를 생산하기를 바라는 여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동차 제조업체 가운데서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만드는 전기자전거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54%를 기록해 테슬라의 44%를 웃돌았다. 테슬라 다음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41%), 현대자동차(37%), 아우디(37%), 포드자동차(32%)) 순으로 나타났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