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에 새로운 ‘황제’가 등극했다. 남자 테니스는 20년 동안 ‘빅 3’의 무대였다. 로저 페더러(은퇴)와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36·2위·세르비아) 셋이 각종 대회를 싹쓸이했다.
그러나 나달이 부상으로 사실상 은퇴를 선언한 데 이어 조코비치마저 20살의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20·1위·스페인)에게 무릎을 꿇었다. 카를로스는 ‘세기의 대결’로 불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총상금 약 743억 원) 남자 단식 결승서 조코비치를 물리치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알카라스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남자 단식 결승에서 4시간 42분의 풀세트 혈전 끝에 조코비치를 3-2(1-6 7-6<8-6> 6-1 3-6 6-4)로 제압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세계 랭킹에선 한 계단 아래였지만 통산 24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리던 조코비치는 모든 면에서 앞서 보였다. 더구나 조코비치는 잔디 코스에서 유난히 강해 윔블던 5연패와 통산 8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는 없었다. 경기 시작 네 시간이 지나면서 조코비치의 발은 무뎌졌고, 20살의 알카라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역대 가장 어린 나이에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알카라스는 지난해 US오픈에 이어 통산 두 번째 메이저 왕관을 차지했다. 더불어 235만 파운드(약 39억 1000만 원)의 상금을 손에 넣었다.
이 승리로 알카라스는 남자 테니스 랭킹 1위 자리를 4주째 유지하게 됐다. 결승전서 패했더라면 조코비치에게 1위를 내줄 뻔했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8회 우승과 최고령 우승(페더러·35세 11개월 8일) 기록 경신에 실패했다.
경기는 엎치락뒤치락 최고의 명승부였다. 기선을 제압한 쪽은 조코비치였다. 초반 5-0으로 앞서나가는 등 6-1로 손쉽게 1세트를 따냈다. 2세트는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대접전이었다. 결국 알카라스가 7-6으로 승리했다.
알카라스는 3세트마저 손에 넣었으나, 4세트서 조코비치의 반격에 휘말려 2-2 타이를 이루었다. 결국 5세트서 체력을 앞세운 알카라스가 승리해 5시간에 가까운 혈전을 마무리했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