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직장인 남성 박상훈(30대 초반)씨는 자취를 시작하면서 편의점 장보기를 시작했다. 2+1, 1+1 등 프로모션이 많고, 통신사 할인까지 받을 수 있어 대형마트 못지않게 합리적 장보기가 가능해서다. 특히 박씨는 소포장 제품이 많은 편의점이 1인 가구 장보기에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왔다. 2021년에는 21.4%, 지난해에는 19.1%로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해온 것이다. CU 관계자는 “지난 3월 전 점포에서 판매를 시작한 한돈 삼겹살과 목살은 열흘(1~10일) 동안 2만 개 넘는 판매량을 올리기도 했다”며 최근 장보기 상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민모(40대 초반)씨는 장바구니를 든 채 편의점 쇼핑 중이었다. 민씨는 “우리 세대는 사실 편의점은 비싼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서 “몇 년 전부터 중고등학생들은 슈퍼나 마트보다 편의점을 더 선호한다고 들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편의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민씨는 “집 근처에 마땅한 김밥집이 없어 애용하기 시작해 요즘은 오히려 동네 슈퍼보다 자주 이용한다”면서 “4개입 바나나는 가격이 실속 있으면서도 남기지 않고 딱 먹기 좋은 양이라 장보기 할 때 항상 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민씨가 구입한 장보기 품목은 바나나(4개입)와 함께 스팸김치맛 김밥 한 줄, 물냉면(2인)이다. 비용은 총 1만500원. 통신사 할인은 제외된 금액이다. 그는 덤을 주는 증정상품이나 통신사 할인까지 더하면 대형마트를 가는 횟수를 확 줄일 수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이 늘면서 편의점들은 장보기 상품군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 CU는 삼겹살에 이어 고등어·갈치까지 판매를 시작했다. 이마트24는 여름 대표 과일 ‘자두’ 판매를 시작했다. GS25와 세븐일레븐은 장보기 필수템인 쌀·계란·삼겹살 등을 대형마트 수준의 가격으로 판매하는 실속PICK, 굿민 브랜드를 각각 운영 중이다.
과거, 편의점 물건은 비싸다는 인식 속에 매출 중 절반 이상이 담배에서 나오던 그 시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담배 매출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당시만 해도 편의점은 ‘담배 가게’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편의점은 차별화 상품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해 가면서 발 빠르게 ‘대세 채널’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다수가 모이는 대형마트를 피해 편의점을 찾는 발길이 많아지며 주 고객층인 1020뿐만 아니라 전 세대가 찾는 주요 채널로 급부상했다. 최근에는 고물가에 직장인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도시락·간편식’ 맛집 역할도 해내고 있다.
여기에 장보기 상품까지 확대하며 대형마트 자리도 넘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달 초에는 물가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주요 편의점 4사 모두 7월부터 인상할 예정이던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보류하는 한편, 일부 PB 상품 가격을 내리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편의점들의 이 같은 행보를 떠오르는 채널 강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걸음으로도 보고 있다.
김배근 BGF리테일 HMR팀장은 “CU는 고물가 시대에 알뜰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를 겨냥해 마트 못지않은 가격과 상품 구색으로 알뜰족 공략에 성공했다”며 “누구나 부담 없이 든든한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합리적 가격대의 식재료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