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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인, 무비자로 유럽 여행하던 시대 막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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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인, 무비자로 유럽 여행하던 시대 막 내린다

EU “내년 1월부터 온라인 입국허가제 시행”…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하면 없던 걸로 하겠다”

유럽연합(EU)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온라인 입국허가제 ‘유럽여행정보인증제도(ETIAS)’. 사진=EU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EU)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온라인 입국허가제 ‘유럽여행정보인증제도(ETIAS)’. 사진=EU
내년부터 유로존 국가를 여행하는 미국인들에게 거추장스러운 일이 생겼다.

유럽연합(EU)이 내년 1월부터 EU 회원국에 입국하고자 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전에 온라인으로 입국 허가를 받도록 하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마치 국경이 없는 것처럼 EU 지역을 오갈 수 있었던 미국 시민들이 앞으로는 그럴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온라인으로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미국을 비롯해 한국, 영국 등 EU 회원국과 비자 면제 협정이 체결돼 있는 60여 개국 국민이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이 EU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내년부터 미국인의 유럽 여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대서특필하는 등 미국 측에서 민감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CBS뉴스는 “EU가 내년부터 시행키로 한 온라인 입국 허가제의 절차가 복잡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이 제도가 시행에 들어가면 적어도 시행 초기에 유로존의 해당 국가로 여행하려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커다란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26일(이하 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제도를 잘 모르거나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미국인이 많을 경우 내년부터 유로존행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제때 출국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나아가 뉴욕포스트는 심지어 “EU가 이 제도의 시행 계획을 발표한 지는 꽤 됐으나 시행 시점은 여러 차례 늦춰진 바 있다”면서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이번 발표도 확정적인 것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EU가 내년부터 시행키로 한 새 입국허가제는 진작에 예고된 일인 데다 이미 미국이 지난 2008년 말부터 시행 중인 ‘전자여행허가제(ESTA)’와 사실상 같은 제도란 점에서 미국 측의 반응은 과도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미국의 무비자 입국허가제 ESTA와 동일한 내용


유럽연합(EU)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온라인 입국허가제 ‘유럽여행정보인증제도(ETIAS)’. 사진=EU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EU)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온라인 입국허가제 ‘유럽여행정보인증제도(ETIAS)’. 사진=EU


EU 집행위원회가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온라인 입국 허가제의 공식 명칭은 ‘유럽여행정보인증제도(ETIAS)'다.

미국과 비자 면제 협정이 체결돼 있는 국가의 국민이 비자가 없어도 미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한 ESTA와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다.

지난 2008년 이전에는 미국을 방문하려면 반드시 미국 대사관을 방문해 인터뷰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으나, 미국이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가입한 나라의 국민을 대상으로 2008년 말부터 ESTA를 도입, 온라인을 통해 간단한 등록 절차를 거쳐 ESTA를 발급받는 것만으로 무비자로 미국에 입국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ESTA를 발급받는 데 들어가는 수수료는 14달러(약 1만8000원)이고 이를 통해 미국에 체류 가능한 기간은 최대 90일이다. 다만 개인정보와 신체 인식 정보를 담은 전자여권을 지닌 경우에만 ESTA 신청 자격이 있다.

EU가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ETIAS도 별반 다르지 않다.

EU 회원국 30개국을 여행하고자 할 경우 미리 ETIAS 사이트에 들어가 개인정보와 보안과 관련한 항목 등에 정보를 입력한 뒤 입국 허가를 신청하면 심사 후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입국 승인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18세 미만 청소년과 70세 이상 고령자가 아니라면 신청 수수료는 7유로(약 1만원)가 부과되고, 온라인 승인 심사에 걸리는 시간은 몇 분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EU는 설명했다.

다만 EU는 “신청인의 사정에 따라 심사가 길어질 경우 최대 30일이 걸릴 수도 있다”면서 “유로존 여행 계획이 있다면 충분히 여유를 두고 미리 신청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2020년 시행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지연돼


뉴욕포스트의 지적대로 EU가 도입키로 한 ETIAS의 시행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EU가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애초에 밝힌 시점은 지난 2020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그 결과 EU는 지난해 6월 “2023년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다시 밝혔으나, 이 역시 그대로 시행되지는 않았고, 최근에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미국 쪽의 반응이 엄살이라는 지적은 여전히 나온다.

미국이 이미 시행 중인 무비자 입국 제도를 EU도 시행하는 것인데다 새로운 온라인 입국허가제가 미국 국민만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갑작스러운 일이 터진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반응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트럼프 “재집권하면 EU 계획 무산시키겠다”


한편, 미국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치 기다린 듯 이 문제를 선거 공약으로 삼고 나섰다.

자신이 내년 11월 열리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승리한다면 ETIAS가 시행되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보수성향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내년부터 유럽에 오려면 돈을 내라고 EU가 발표했다”면서 “군사 지원과 통상 분야를 비롯해 유럽에 그동안 모든 것을 베풀어 온 미국에 대해 EU가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미국을 무시하는 처사다”라며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