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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팁인심 후한 美 소비자들도 혀 내두르는 ‘팁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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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팁인심 후한 美 소비자들도 혀 내두르는 ‘팁플레이션’

美 소비자들, 고물가에 월급도 제자리인데 팁은 눈덩이처럼 불어 원성 고조

최근 들어 키오스크(무인단말기)가 음식점을 비롯한 소매매장에 널리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키오스크로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하는 미국 식당의 키오스크에 펼쳐진 팁 선택 메뉴. 팁의 범위를 매우 넓힌 것이 눈길을 끈다. 사진=악시오스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들어 키오스크(무인단말기)가 음식점을 비롯한 소매매장에 널리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키오스크로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하는 미국 식당의 키오스크에 펼쳐진 팁 선택 메뉴. 팁의 범위를 매우 넓힌 것이 눈길을 끈다. 사진=악시오스

미국은 전 세계 나라 중에서 봉사료를 챙겨주는 문화, 즉 팁 문화가 가장 깊게 뿌리를 내린 나라로 유명하다.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생활환경이 급변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식당을 기준으로 보통 내는 팁은 적게는 총금액의 15%, 많게는 20% 수준이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80%가 팁을 준다고 한다.

식당에서 서빙하는 직원은 기본급이 약한 대신 수입의 대부분을 팁으로 벌어들이기 때문에 식당을 이용할 경우에는 팁이 사실상 필수처럼 돼 있다.

다만 의무 아닌 의무처럼 여겨질 정도로 팁 문화가 널리 확산돼 있지만 내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먹을 때나, 식당에서 음식을 테이크아웃하거나, 카페 같은 곳에서 직원이 갖다주지 않고 손님이 직접 주문한 것을 받아오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팁 문화에 대한 불만이 들끓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도 팁을 내는 문화가 생기는 등 팁을 내야 하는 범위도 갈수록 늘어나는 한편, 사실상 필수라지만 팁의 특성상 손님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인데 손님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고 팁을 내지 않으면 결제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즉 손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또는 일괄적으로 팁을 정해버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안 그래도 인플레이션은 역대급으로 오른 반면에 월급은 제자리여서 주머니가 홀쭉해진 서민들 사이에서 ‘팁플레이션(tipflation)’이란 말까지 유행하게 하는 팁 문화에 대해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키오스크와 팁플레이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샬럿캠퍼스의 메이슨 젠킨스 경영학과 교수는 7일(현지시간) 악시오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의 팁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설명했다.

그는 “검 하나를 살 때도 매장 직원이 팁을 요구하고, 테이크아웃을 할 때도 팁을 달라고 하고, 작은 선물 하나를 사는데도 팁을 내야 하고, 셀프세차를 하는데도 팁을 포함시켜 결제를 해야 하고, 영화관 매점에서 음식을 사는데도 팁을 내야 하는 등 전에 없던 현상이 최근 들어 미국에서 널리 확산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팁이라는 것이 서비스가 제공된 것을 전제로 내는,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내는 성격인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는데도 팁을 요구하는 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팁의 사각지대 자체가 거의 사라지는 전례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는 것이 젠킨스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같은 새로운 현상이 확산되는 것은 현금결제나 현금거래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데다 키오스크로 상징되는 자동화 시스템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서비스를 받지 않아도 팁을 내는 문화가 조성된 것과 무관치 않다”고 진단했다.

키오스크가 대거 확산된 배경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지목됐다. 코로나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널리 시행되면서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무인단말기가 널리 도입됐기 때문이다.

◇미국민 66% “요즘 팁 문화 마음에 안 들어”

팁 부담이 늘어나고 팁의 사각지대가 점차 사라지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가 최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미국인의 66%가 현재의 팁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항상 팁을 준다는 응답자도 지난 2019년 조사에서는 77%에 달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65%로 크게 감소했다.

미국 네바다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가르치는 캐스 슘 교수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팁플레이션은 고물가 추세를 임금인상율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더 심화시키는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똑같이 고물가로 운영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외식업계가 비용 증가분을 손님에게 전가시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