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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 위메이드, 20년 노력 끝에 '미르 소송전' 산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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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 위메이드, 20년 노력 끝에 '미르 소송전' 산 옮겼다

액토즈소프트와 미르2·3 IP 협상 타결…어제의 적, 오늘의 동지로
장현국 대표 "위믹스 역시 '우공이산'…끝 없는 노력 필요한 때"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사진=위메이드이미지 확대보기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사진=위메이드
우공이산(寓公移山). 고집스런 노인의 끝 없는 노력이 산을 옮기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이 사자성어는 다른 이들이 '어리석다'고 손가락질하는 노력이라도 커다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위메이드의 장현국 대표는 액토즈소프트와의 협약을 발표한 직후인 10일 오전 사내 메일을 통해 "이제 작은 산을 하나 옮겼다"며 이러한 '우공이산'의 정신을 강조했다.

양사는 지난 9일 저녁, 액토즈소프트가 중국 현지에서 '미르의 전설(이하 미르)' 2, 3편 라이선스 사업을 향후 5년동안 독점하는 대가로 총 5000억원을 위메이드에 지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약 20년간 지속돼온 '미르' 저작권 갈등을 뒤로 하고 극적으로 손을 잡은 것이다.

두 회사의 미르 2·3 저작권 분쟁사는 2000년, 위메이드가 액토즈소프트에서 분사해 나온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위메이드가 개발하던 '미르2' IP는 양사가 공동 소유하게 됐고, 이후 중국에서 해당 게임을 서비스하던 셩취(당시 명칭 샨다)와 저작권 분쟁이 시작됐다.
당초 셩취를 상대로 함께 분쟁해오던 두 회사는 2004년 들어 셩취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함에 따라 공동 저작권 보유사간의 분쟁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분쟁은 2007년 중국 인민법원의 중재로 로열티 비율이 미르2 기준 액토즈 3 대 위메이드 7, 미르3 기준 액토즈 2 대 위메이드 8로 조정되며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2016년 들어 게임 IP를 웹 게임, 모바일 게임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이어짐에 따라 양사의 저작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양사의 논쟁은 이듬해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 ICC(국제상공회의소) 등 3곳에서 법정 공방을 벌이는 것으로 이어졌고 한국과 중국에선 액토즈가, ICC 중재법원에선 위메이드가 유리한 판결을 받았다.

위메이드(왼쪽)과 액토즈소프트 로고.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위메이드(왼쪽)과 액토즈소프트 로고. 사진=각사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사내 메일에서 이러한 오랜 분쟁사에 대해 "7년 전 중국에서 중국 회사를 상대로 소송전에 나설 때 거의 모든 이들이 '이길 수 없고, 이겨도 실질적 효과가 없다'고 반대했다"고 술회했다.

또 "이들의 지적은 '현실적인 전망'처럼 보였지만, 우리의 노력은 결국 중국 시장에서 제2의 전기를 마련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제 우리는 오랜 기간 다툼을 벌여온 회사들과 파트너로서 게임 사업을 전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액토즈소프트의 구오하이빈 대표 역시 이번 협상에 관해 "미르의 전설 공동 저작권자 간 신뢰 회복과 향후 사업을 위한 첫 발을 뗐다"며 "양 사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사업 극대화, 미르 IP 보호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저작권 협상 마무리는 IP 라이선싱을 넘어 위메이드 대표작들의 중국 진출에도 발판이 될 전망이다. 장 대표는 "미르4와 미르M 등, 유명 IP 미르 기반 게임들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위믹스 공식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위믹스 공식 홈페이지

장현국 대표가 '우공이산' 정신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장 대표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메시지와 더불어 '우공이산'과 같은 끝 없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당시 위메이드는 암호화폐 위믹스(WEMIX)가 국내 5대 원화 거래 지원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되며 위기를 겪고 있었다. 당시 위메이드는 5대 거래소 상대로 소장을 제출했으나, 올 2월 코인원이 위믹스 원화 거래 지원을 재개한 직후 소송을 취하했다.

장 대표가 이번에 다시금 '우공이산' 정신을 강조한 것은 당시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시작도, 과정도 힘들지만 결국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7년 전의 소송전과 지금 우리의 일은 본질적으로 비슷하다"며 "위믹스가 '글로벌 플랫폼'이 되는 것 또한 말도 안된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상 사람 대부분이 이미 인정하는 것은 혁신일 수 없으며, 많은 이들에게 인정 받지 못하는 기간이 길 수록 우리의 빌드업은 오히려 탄탄해질 것"이라며 "매일 매일 '삽질'을 반복하고 이를 위한 성장을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산이 옮겨져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