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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최악 청년 실업대란에 中 청년들 ‘베드메이트’ 문화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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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최악 청년 실업대란에 中 청년들 ‘베드메이트’ 문화 확산

모르는 사람끼리 침대까지 공유하는 베드메이트
경제 사정 악화된 중국 청년의 극단적 월세 주거 방식
대도시에서 구할 수 있는 월세 중 가장 저렴한 형태
최근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에 올라온 ‘베드메이트’ 방식의 월세 임차인 모집 안내문. 사진=샤오홍슈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에 올라온 ‘베드메이트’ 방식의 월세 임차인 모집 안내문. 사진=샤오홍슈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대란으로 중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진 가운데 중국 대도시에 사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베드메이트(bedmate)’ 문화가 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베드메이트란 지인들끼리 또는 기숙사 등의 시설에서 방을 함께 쓰는 ‘룸메이트’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방을 쓰는 것은 물론 침대까지도 함께 쓰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같은 현상은 유례없는 실업난으로 경제적 사정이 극히 악화된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대도시 지역의 비싼 주거비를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나머지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극단적인 월세 주거 방식이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중심으로 ‘베드메이트’ 문화 확산
12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 전에 보지 못한 포스팅이 수도 베이징과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최악의 실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 사이에서 같은 방과 같은 침대를 쓰는 조건으로 월세를 나눠 내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월세를 구한 청년이 월세를 혼자 감당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의도로 다른 빈궁한 청년들에게 한 방과 한 침대를 쓰는 조건으로 월세를 내놓은 경우가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람이 내야 할 월세를 절반씩 내는 방식이라 대도시에서 구할 수 있는 월세 가운데서는 가장 저렴한 형태일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서구사회에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핫베딩(hot-beddig)’이라는 문화가 있어 중국에서 최근 뜨고 있는 베드메이트 문화와 흡사해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그러나 핫베딩은 공동 입주자가 번갈아 침대를 제한적으로 쓰는 방식인 데 비해 베드메이트 방식은 침대를 아예 같이 쓰면서 월세를 나눠 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구의 ‘핫베딩’ 문화와는 달라

그러나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중국 청년들이 침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월세를 아낀다고 해서 아무런 규칙도 없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침대를 공유하는 가운데서도 각자의 사생활을 나름대로 지키기 위한 규칙이 있다는 것.

예컨대 상하이에 있는 원룸 주택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최근 샤오홍슈에 올린 베드메이트 구인 포스팅에서 “같은 방과 같은 침대를 쓸 공동 임차인을 구한다”면서 “다만 이불은 공유하지 않으니 따로 가져와야 한다”고 조건을 붙였다.

이 여성은 또 “코를 골지 않으며 가끔씩 잠꼬대를 하는 경우가 있고 보통 저녁 9시에 취침하고 아침 오전 9시에 깬다”고 설명해 이 조건에 맞는 공동 임차인만 연락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여성은 베드메이트를 구하는 이유로 “같이 지내던 친구가 이사를 가게 돼 월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베드메이트를 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비록 침대까지 공유하지만 같은 남성이나, 같은 여성끼리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베드메이트 문화 확산된 배경

신주간이 지난달 2일(현짓시간) 낸 ‘베드메이트 문화’ 관련 특집 기사. 사진=신주간이미지 확대보기
신주간이 지난달 2일(현짓시간) 낸 ‘베드메이트 문화’ 관련 특집 기사. 사진=신주간


베드메이트 문화가 중국 내에서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광둥성의 유력 주간지 신주간이 이같은 현상이 최근 중국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지난달 초 대서특필한 이후다.

신주간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월세를 같이 부담하는 문화가 전에도 없지는 않았지만 최근의 현상은 차원이 다르다”면서 “베이징과 상하이의 경우 베드메이트로 불리는 월세 공유가구의 비율이 예년보다 각각 50% 이상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외에 광저우와 선전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자료에 근거하더라도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지난 6월 현재 21.3%를 기록했을 정도로 위험 수위에 달한 상황이지만 대졸 신입사원의 월급은 지난 2021년 기준으로 810달러(약 108만원) 수준에 그친 사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