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는 투자 성과가 양호해 부진한 보험 이익을 만회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보험사를 둘러싼 대외 여건은 좋지 않다. 일부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우려가 제기되고, 시중 금리 반등으로 공격적 투자보다 안정적인 운용 전략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보험사별로 투자 순이익을 보면 삼성생명이 5495억원을 벌어들여 가장 많았고, 교보생명(4562억원), 한화생명(3495억원), KB라이프생명(1165억원), 흥국생명(1024억원), 미래에셋생명(937억원), NH농협생명(961억원), DB생명(582억원), 신한라이프생명(541억원), KDB생명(359억원), DGB생명(249억원), IBK연금보험(110억원), 하나생명(55억원) 등 순이다.
이미 전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100%에 근접해 국민 대부분이 보험에 가입해 있다. 2019년 기준 가구당 보험 가입률과 개인별 가입률은 각각 98.2%, 95.1%에 달한다. 올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 역시 저축보험 및 투자형 상품 부진 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5.4%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부진한 본업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보험사들의 투자 성향은 점점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때 60%에 가까웠던 생보사의 안전자산 비중도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외화유가증권 비중이 2019년 14.8%까지 상승했고, 부동산 담보도 크게 늘었다. 한때 60%에 달했던 안전자산 구성비는 2020년 들어 40%대로 하락했다.
투자 성향도 고수익·고위험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참여한 해외대체투자는 중·후순위가 대부분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13곳과 손해보험사 8곳의 해외 대체투자 자산(78조4000억원) 중 부동산 비중은 31%(약 25조원)인데, 선순위 투자 비중은 각각 38%, 35%에 불과하다.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보험사 8개사가 투자한 영국 발전소 사업이 중단되면서 해외대체투자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기도 했다. NH생명·손해보험과 흥국생명·화재, 삼성화재, 미래에셋생명, 롯데손해보험, DGB생명 등 8개사는 지난 2017년 영국의 세계 최대 열병합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펀드에 약 3800억원을 중순위 방식으로 투자했다가 최근 원금의 40~60%를 평가손실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과 달리 생보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매우 비우호적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보사들의 평균 자산운용수익률은 지난해 3.1%로 근래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평균 자산운용수익률은 지난 2015년 4.0% 이후 3%대로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보험사의 실적 개선은 체질 개선 덕이 아니라 코로나19라는 특수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저축성보험 판매와 보증준비금 전입액 감소 등으로 보험영업손실이 일시적으로 줄고, 증시 상승과 일회성 배당이익 발생으로 실적이 좋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곽호경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생보사 실적 개선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높은 유동성에서 비롯한 투자수익의 개선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보험산업의 본질적인 체질 변화에 따라 수익 구조가 개선된 것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곽 수석연구원은 “보험영업에서 수익성이 악화되며 운용수익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라면서 “글로벌 긴축의 영향으로 시중금리가 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저금리 기조에 맞춰 있던 투자 전략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