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수정헌법 14조, 트럼프 재선 가도 ‘걸림돌’ 급부상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0

[초점] 美 수정헌법 14조, 트럼프 재선 가도 ‘걸림돌’ 급부상

美 보수 법학자들, 반란 관련자 공직 출마 제한한 수정헌법 14조 3항 근거 “트럼프 공직 출마 자체 위헌” 제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내년 11월 열리는 차기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 가도에 빨간불이 켜져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세력이 지난 2020년 1월 6일(이하 현지시간) 감행한 미 의회 의사당 점거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가 최근 미 연방검찰에 의해 네 번째로 기소된 것을 계기로 트럼프가 재선에 도전하는 행위 자체가 미국 수정헌법 14조 제3항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수정헌법 14조 제3항은 미국 헌법을 지키겠다고 선서한 공직자가 폭동이나 반란에 관여한 경우 어느 누구든 공직에 출마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이다.

이 조항이 트럼프와 관련해 처음으로 거론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정적인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에 대한 탄핵을 지난해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조항을 트럼프의 탄핵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으나, 실행되지 않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수정헌법 14조 제3항을 들어 트럼프가 재선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측이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보수진영에 속해 있지만 미국 법조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법학자들이라서다.

◇수정헌법 14조 제3항이 중요한 이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기소된 혐의. 지난 2020년 1월 발생한 극우세력의 의사당 난입 사태 배후 조종 혐의까지 포함해 총 4차례 기소됐다. 사진=폴리티코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기소된 혐의. 지난 2020년 1월 발생한 극우세력의 의사당 난입 사태 배후 조종 혐의까지 포함해 총 4차례 기소됐다. 사진=폴리티코


1‧6일 의사당 폭력 점거 사태를 배후 조종한 혐의로 최근 기소된 것까지 트럼프가 그동안 네 차례나 기소되는 미국 헌정사상 최초의 전‧현직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재선 도전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오히려 보수진영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서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한 것은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백악관에 재입성하는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헌정 제도하에서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어떤 법률적 시비에 휘말렸더라도, 심지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당선자가 스스로에 대해 사면 조치를 내리는 이른바 ‘셀프 사면’을 하는 것이 가능해서다.

내년 11월 대선 이전에 감옥에 갇히더라도 옥중에서 출마해 당선되는 것이 현행법으로는 여전히 가능하다.

한국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거나, 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대통령은 물론이고 모든 공직에 출마할 수 없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그러나 수정헌법 14조 제3항이 재선 도전에 나선 트럼프에게 적용된다는 문제는 많이 달라진다.

만약 트럼프에게 실제로 적용된다면 트럼프가 내년 11월 열리는 대선에 아예 출마하는 것이 봉쇄되거나 설령 당선되더라도 헌법 위반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 조항이 트럼프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추진 과정에서 잠깐 주목받았음에도 트럼프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차기 대선에 당당히 출마한 것은 이 조항이 실제로 미국 대선에 적용된 사례가 미국 헌정사상 전무해서다.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트럼프 입장에서는 신경 쓸 사안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름이 널리 알려진 미국의 보수성향 헌법 전문가들이 이 조항을 근거로 트럼프의 재선 도전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물살이 급하게 바뀌고 있다.

◇영향력 큰 미 보수성향 헌법학자들 “트럼프 대선 출마 자체가 위헌”

19일 정치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파장을 일으킨 주인공은 세계적인 사회과학 분야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SSRN에 최근 올린 논문을 통해 트럼프의 재선 출마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윌리엄 보우드 시카고대 법학과 교수와 마이클 폴슨 세이트토머스대 법학교 교수다.

두 교수는 미국 법조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로 알려진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 소속의 보수성향 헌법학자들이다.

이들은 이 논문에서 “수정헌법 14조 제3항에 따르면 미국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는 폭동이나 내란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자는 출마 자격 자체가 없다”며 이 혐의로 기소당한 트럼프가 재선 도전에 나서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조항은 의회 차원의 추가 조치가 없더라도 자동으로 이행돼야 하는 의무 규정”이라면서 트럼프의 대선 출마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것이 법률적으로 타당하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1‧6일 사태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연방 검찰이 법원에 충분히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트럼프의 재선 도전 가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를 처음으로 기소한 뉴욕 연방 검찰이 적용한 ‘성 추문 입막음’ 혐의가 유죄로 판명될 경우에도 트럼프의 셀프 사면은 보장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네 번째 기소를 낳은 1‧6일 의사당 난입 사태를 선동한 혐의나 세 번째 기소로 이어진 미국 조지아주 대선 개표 개입 혐의는 연방 법률에 저촉되는 사안이라 셀프 사면이 가능하지만, 성 추문 입막음 사건은 주법률에 따라 의율(

  • 법원이 법규를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하는 일)되는 사안이라 주지사에게만 사면권이 있어서다. 현재 뉴욕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연방 대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방식으로 트럼프가 돌파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미국 연방 대법원의 구성이 보수 쪽에 기울어 있어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